사람이 만드는 관광, 따뜻한 환대의 힘 [김기헌의 관광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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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30년 전, 캐나다 퀘벡시의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운전하다 그만 나도 모르게 차선을 역주행하는 아찔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당황하여 진땀을 흘리던 그때 만난 현지 경찰관은 딱지를 발부하는 대신 어디로 가느냐고 다정하게 물어보았다. 몽모렌시 폭포로 향한다는 말에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자신의 경찰차로 직접 길을 안내하며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그 따뜻한 배려 하나로 캐나다는 내 뇌리에 평생 ‘신사의 나라, 친절한 나라’로 깊이 각인되었다. 또 20년 전 내비게이션도 없이 복잡한 일방통행 도로가 가득한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 내 차가 길을 잃었을 때, 차에 직접 탑승해 콜로세움까지 안내해주던 한 청년의 미소 역시 평생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처럼 우리가 여행지에서 진정한 감동을 받는 원천은 거대한 자연이나 화려한 역사적 유산에만 있지 않다. 물론 훌륭한 유적은 단기간에 쉽게 만들어지지 않지만,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환대와 진심 어린 마음은 우리의 의식 전환과 작은 결단만으로도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
3,000만 관광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외형적인 방문객 수 증가라는 양적 성장에만 도취돼 있다면 진정한 관광대국으로의 도약은 요원하다. 이제는 숫자에 연연하는 자랑을 멈추고, 지자체와 정부가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거시적인 대계를 세워 숙박, 식음, 교통, 볼거리 전반에 걸쳐 작은 불편조차 없도록 촘촘한 생태계를 다져야 한다. 손님들이 즐겁게 돈을 쓰며 만족도와 추천 의향을 높이도록 현장의 피드백과 교육을 강화해 고부가가치 관광으로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와 과제는 명확하다. 업계 측면에서 갑작스러운 관광객 급증은 단기적인 매출 상승을 가져다주지만, 종사원들의 피로 누적과 휴식 부족으로 이어져 미소 띤 친절과 환대는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된다. 손님이 진정으로 환대받는 것이 아니라, 지친 감정과 짜증이 그대로 전달되는 순간 관광지의 이미지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하는 요즘, 일부의 바가지요금이나 불친절은 순식간에 SNS와 언론을 타고 퍼져 나가 해당 지역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낙인찍는다. 호텔 객실 부족과 가격 폭등 속에 서비스 질마저 느슨해진다면 그것이 바로 지역관광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지름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번째 현장의 과제는 미식과 공간의 분산, 그리고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최근 여행객들의 일정을 보면 단순한 관광지 순례보다 아침, 점심, 저녁 맛집과 스페셜티 카페 투어가 여행의 핵심을 차지한다. 지자체는 몇몇 유명 노포나 소문난 맛집에만 줄을 서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할 것이 아니라, 지역 내 모든 식당이 각자의 개성과 맛을 살려 상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게다가 깨끗하고 친절하며 바가지 없는 식당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기에 가이드와 문화해설사들이 건네는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이 더해질 때 방문객의 마음은 깊이 움직인다. 또한 가이드나 해설사의 잘 짜인 이야기는 여행이 끝난 후에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감동으로 남기 때문이다.
두 번째 핵심 과제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시민의 따뜻한 발걸음과 품격 있는 환대이다. 우리의 대중교통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낯선 땅에서 갈팡질팡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눈에는 작은 이정표 하나도 헤맴의 연속일 수 있다. 그때 지하철역이나 거리에서 목적지를 잃은 외국인에게 먼저 다가와 미소로 길을 찾아주는 시민들의 모습, 그리고 교통 종사자들의 작은 배려와 따뜻한 눈인사가 어우러질 때, 그 도시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평생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 관광, 대한민국 관광이 추구해야 할 최종 목적지이다.
관광산업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이 되려면, 일회성 쇼나 볼거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업계 종사자들의 지치지 않는 친절과 창의적 서비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10~20년 대계가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거리의 친절과 성숙한 질서 의식이 더해질 때,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고 다시 찾고 싶은 명성 속에 지역 경제는 활기를 띠게 된다.
우리가 이러한 글로벌 선진 의식을 품고 따뜻한 환대의 손길을 내밀 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우리의 마음이 3,000만 관광 시대를 넘어 세계적인 명품 관광 도시로 향하는 가장 확실하고 아름다운 길이 되어줄 것이다. 관광산업은 결국 사람이 만들고, 사람으로 완성된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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