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관광산업법 시행 반년, 관광상품화는 여전히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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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관광’이 법적 정의와 산업 육성 근거를 갖춘 정책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산림·해양·농업 등 분야별로 성장해 온 치유 자원을 관광상품으로 묶을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다만 담당 부처와 법률, 전문인력이 흩어져 있어 이를 관광객이 예약,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초기 단계다.
9월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K-치유관광 육성·발전 국회 정책토론회’에서는 치유관광산업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 필요한 후속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준호·조계원·김성범·김영호·김윤덕·김준혁·박선원·박희승·백종헌·서미화·서영교·신정훈·이개호·이성윤·주호영 의원이 공동주최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산림·해양·농업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분야별 '치유'를 관광산업으로
치유관광은 아직 대중과 관광업계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그동안 웰니스관광과 산림치유, 해양치유, 치유농업이 분야별로 사용돼 왔지만 이를 관광산업의 관점에서 아우르는 독립 법률은 없었다.
지난해 4월 제정돼 올해 4월 9일부터 시행된 ‘치유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관광산업법)은 치유관광을 ‘치유관광자원을 활용하여 건강의 회복과 증진을 도모하고,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관광 활동’으로 정의했다. 특정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라 건강 회복과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활동이라는 점에서 의료관광과 구분된다.
시행령은 경관, 온천, 음식, 맨발걷기길, 미술, 체육을 치유관광자원으로 규정했다. 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5년마다 치유관광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와 통계 작성, 전문인력 양성, 치유관광산업지구 지정을 추진할 수 있다. 분야별로 운영돼 온 치유자원과 서비스를 하나의 관광산업으로 육성할 정책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시설과 인력은 있지만 제도는 제각각



치유관광에 활용할 시설과 전문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산림 분야에는 치유의 숲과 산림치유지도사 제도가 있고, 해양 분야에서는 해양치유센터와 전문인력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치유농업 역시 전문인력과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도를 갖췄다.
문제는 분야별 제도가 서로 다른 부처와 법률 아래 운영된다는 점이다. 산림은 산림청, 해양은 해양수산부, 치유농업은 농촌진흥청이 담당하며 자격과 인증, 교육체계도 각각 다르다. 개별 시설과 프로그램은 존재하지만 숙박, 교통, 음식을 결합한 관광상품으로 유통하는 구조는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세명대학교 하경희 교수는 이날 문관부를 컨트롤타워로 두고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분야별 자격을 통합할지, 기존 인력을 치유관광에 맞게 재교육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충남대학교 박범진 교수는 “산림치유와 자연치유, 맨발걷기 등 자연 기반 치유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관광이라는 열차에 올라탈 수밖에 없다”라며 “관광을 통해 국내 치유 서비스를 세계에 알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부처별 사업이 한 지역에 동시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신한대학교 박민근 교수는 태안과 완도를 예로 들며 산림·해양·농업·정원·관광 자원을 각각 운영하기보다 1박 2일이나 3박 4일 일정으로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계절별 농촌체험과 숲길, 해양치유, 지역음식, 명상·예술 프로그램을 묶어 체류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시설 확충만큼 프로그램과 사람이 중요


치유관광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설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을 운영할 인력과 안전 기준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치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만큼 참가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전문적인 심리·의료 지원이 필요한 경우 적절한 기관으로 연결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천대학교 임나영 교수는 “치유관광을 찾는 사람들의 고통 정도와 상태는 모두 다르다”라며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영역에는 충분한 교육과 수련, 검증을 갖춘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만족도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의 효과와 안전성을 측정할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는 관광업계가 분산된 치유자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유통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여행사는 지역의 치유 프로그램에 교통·숙박·식사를 결합해 상품으로 구성할 수 있고, 호텔과 리조트는 자체 시설과 주변 산림·해양·농업 자원을 연계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관광조직은 분야별 운영 주체를 연결해 예약·홍보·유통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나나 융·복합관광과장은 “법에 규정된 여러 정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전문교육과정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라며 “향후 정책과 예산 사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라고 밝혔다.
법으로 산업 육성의 틀은 마련됐지만, 분야별 자원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이제 시작 단계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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