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흔든 여행 시장…서늘한 여행지 뜨고 유럽은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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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폭염이 관측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계 곳곳의 여행 지도를 흔들었다. 서유럽은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을 보냈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7월 8일 최고기온이 40.7℃까지 올라 112년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늘에서는 난기류가 갈수록 잦아졌다. 기후가 여행 수요를 움직이는 단일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목적지 선택부터 여행 일정과 숙소 선정, 기내 서비스 기준까지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 여행의 계절 지도가 바뀌었다
올여름 해외여행 수요를 움직인 힘은 하나가 아니다. 고환율과 유류할증료 부담으로 비행시간이 짧은 목적지에 대한 선호가 커졌고, 그 안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선택이 겹쳤다. 모두투어가 6월 14일까지 예약된 상품 가운데 7월 18일~8월 8일 출발 건을 분석한 결과, 중국·동남아·일본·몽골 등 근거리 권역이 전체의 82%를 차지했다. 유럽은 10.2%에 그쳤다.
근거리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서늘한 목적지가 두드러졌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이 가장 큰 목적지는 몽골(73.6%)이었고, 중국 상품 예약의 44.6%는 한여름에도 낮 최고기온이 18℃ 안팎인 해발 2,744m의 백두산이 차지했다. 모두투어는 여름철 고온을 피해 선선한 기후와 자연 체험 요소를 갖춘 여행지를 택하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참좋은여행의 7월 출발 일본 여행객은 지난해 8,111명에서 올해 1만4,179명으로 75% 늘었다. 일본 상품 매출의 절반 가까이는 홋카이도에서 나왔다. 노랑풍선도 올여름 눈에 띄는 수요 변화가 나타난 목적지로 몽골을 꼽았다. 다만 몽골과 홋카이도는 원래 여름이 성수기인 만큼 증가분을 기후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근거리 가운데 선선한 목적지의 수요가 두드러진 것은 사실이다.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도 늘었다. 제주항공은 7월 10일~8월 18일 인천-울란바타르 노선을 주 5회에서 주 7회로, 백두산의 관문인 인천-옌지 노선을 주 6회에서 주 11회로 증편했다. 호주관광청과 캐나다관광청 등 각국 관광청도 쿨케이션을 앞세운 여름 콘텐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반면 유럽 여름 상품의 영업 환경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관광 현장부터 폭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는 파리를 포함해 본토의 4분의 1이 넘는 지역에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가 발령됐고, 평소 자정 넘어서까지 운영하는 에펠탑은 폭염으로 7월 11~12일 오후 4시에 조기 폐장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7월 10~13일 오후 4시, 오르세 미술관은 7월 11~15일 오후 5시로 폐관 시간을 앞당겼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7월 29일 기준 EU 산불 피해 면적은 43만4,976헥타르로, 2006~2025년 같은 기간 평균 17만2,186헥타르보다 약 153% 넓었다.
현장 차질과 함께 예약 둔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하나투어는 7~8월 출발 유럽 상품의 신규 예약이 다소 주춤했다고 밝혔다. 폭염뿐 아니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과 고환율 등 비용 부담이 함께 작용한 영향이다. 유럽 전문 랜드사 관계자는 “매년 여름 예약률이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 유럽은 에어컨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여행객들이 힘들어하고, 여름이 점점 비수기가 되는 것도 맞다”며 “특히 젊은 층은 여름보다 봄·가을을 선호하고, 가격이 저렴한 겨울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의 영향은 여름 여행지 선택에만 그치지 않는다. 겨울에는 눈이 쌓여 있는 기간이 줄면서 계절 상품의 판매 가능 기간 자체가 짧아지고 있다. 홋카이도는 지난겨울 눈이 일찍 사라졌다. 일본 기상청 삿포로관구기상대 관측에 따르면 삿포로에서 적설이 사라진 날은 3월 27일로 평년보다 11일, 지난해보다 7일 일렀다. 니세코, 루스츠 인근 굿찬도 4월 2일로 평년보다 16일 앞당겨졌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스키업계에 따르면 한때 120~130일에 이르던 국내 스키장 영업 일수는 최근 80~100일을 채우기도 쉽지 않다. 겨울이 짧아질수록 스키 여행처럼 특정 계절에 기댄 상품의 판매 기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 변수는 아니라지만…달라진 상품 기준
수요 이동만큼 뚜렷한 변화는 상품을 만드는 기준에서 나타났다. 하나투어는 유럽 폭염이 심해지면서 에어컨이 없는 호텔은 숙박 대상에서 배제하고, 한낮 야외 활동을 최소화해 차량 이동과 실내 관광지 중심으로 일정을 재편했다. 전용 차량에는 생수를 상시 비치했다. 참좋은여행도 모든 버스와 호텔의 에어컨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박물관과 랜드마크의 운영 시간 조정에 맞춰 일정을 유동적으로 변경했다. 숙소 선정 기준과 하루 동선이 실제로 달라진 것이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는 기본 동선을 바꾸는가 하면, 현지에서는 기존 일정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한 유럽 랜드사 관계자는 “일정을 수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폭염이 심하면 여행객의 동의를 얻어 야외 입장 시간을 줄이거나, 참여를 원하지 않는 여행객에게 자유시간을 제공한다. 상품 자체를 변경하기보다 당일 기상과 여행객의 선택에 따라 현장에서 조정하는 방식이다.
기후에 따른 변화는 지상 일정뿐 아니라 항공 안전과 기내 서비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난기류 증가에 대응해 2024년 8월 장거리 노선 일반석의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중·장거리 전 노선의 기내 서비스 종료 시점을 착륙 40분 전으로 앞당겼다. 국적 항공사 11곳이 정부에 보고한 난기류 발생 건수는 2019년 1만5,241건에서 2024년 2만7,896건으로 늘었다. 항공편 1편당 난기류 발생 건수도 같은 기간 0.027건에서 0.052건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국적 항공사 12곳의 최고 경영자가 모두 참석한 항공안전 간담회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난기류 등을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주요 여행사들은 기후변화를 상품 기획의 결정적 변수로 보지는 않는다. 참좋은여행은 “패키지 기획에서 큰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고 전했고, 하나투어도 “기후변화가 여름 상품 기획의 변수가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몽골은 6~9월, 홋카이도는 1~2월과 7~8월이 원래 성수기인 만큼 올여름 증가분을 기후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후가 예약을 좌우하는 단일 변수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여행사가 숙소와 동선을 고르고 항공사가 기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준에는 이미 들어와 있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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