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YES DIVING 예스다이빙

[창간 34주년 특집] 고유가 쇼크④ 소비자 | 비싸진 여행, 소비의 문법이 바뀌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조회 39   댓글 0

본문

고유가·고환율·고물가가 겹친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 소비의 기준이 달라졌다. 비싸진 여행 앞에서 소비자들은 여행을 포기하기보다 여행지를 다시 고르고, 예약 방식을 바꾸고, 예산의 우선순위를 새로 짰다. 항공료 부담에 가까운 여행지가 선택받고, 가격보다 취소와 변경 가능성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었으며, 한정된 예산은 더 만족도가 높은 곳에 집중됐다. 여행업계에서는 “비용 압박이 여행 수요를 넘어 소비자의 의사결정 방식까지 바꿔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 풍경 / 여행신문 CB 
인천공항 1터미널 출국장 풍경 / 여행신문 CB 

항공료가 여행지를 바꿨다

비용 부담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 ‘2026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교통 부문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11.6% 올라 12개 지출목적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석유류는 24.2%, 국제항공료는 33.5%(전달 대비로도 14.3%) 뛰었고, 해외단체여행비 역시 26.3% 올랐다. 체감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신혼여행을 준비한 이소은 씨(26)는 “항공권 가격이 여행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될 정도였다”며 “원래 생각했던 곳보다 비용 부담이 적은 곳을 먼저 찾게 됐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A씨 역시 “숙소보다 항공권이 더 부담스러웠다. 여행을 안 가는 게 아니라, 갈 수 있는 여행지를 다시 찾게 됐다”고 했다.

실제 소비자의 발길도 부담이 적은 쪽으로 향했다. 법무부의 5월 도착지별 국민 출국자 현황을 보면, 단거리 핵심 시장인 일본과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각각 전년 대비 14.1%, 9.2% 증가하며 쏠림 현상이 한층 가속화됐다. 반면 태국(-31.4%)·필리핀(-33.3%)·괌(-51.2%) 등 전통 휴양지는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5~6월 동남아·휴양지의 감소세에는 유류비 부담으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해당 노선을 중심으로 감편에 나선 공급 측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 여행업계의 여름 성수기 예약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노랑풍선의 7~8월 해외 패키지 예약은 중국(22.2%)·일본(17.4%)·베트남(14.5%) 등 단거리에 집중됐고, 모두투어 성수기 예약 역시 중국·동남아·일본 순으로 근거리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비행시간이 짧아 유류할증료 부담이 작고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점이 비용에 민감해진 소비자에게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남현주 씨(26)는 친구와 함께 8월 푸꾸옥 여행을 준비하며 예약해둔 항공편이 항공사 사정으로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 남현주 씨 제공
남현주 씨(26)는 친구와 함께 8월 푸꾸옥 여행을 준비하며 예약해둔 항공편이 항공사 사정으로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 남현주 씨 제공

‘언제 예약할까’보다 ‘취소할 수 있을까’

목적지만큼 크게 달라진 것은 예약 방식이었다. 남현주 씨(26)는 친구와 함께 8월 푸꾸옥 여행을 준비하며 예약해둔 항공편이 항공사 사정으로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이 같은 사례는 당시 남 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고유가로 수익성이 낮아진 노선을 항공사들이 잇달아 감편·운휴하면서 예약했던 항공권이 두 차례 취소되거나, 기존 숙소 예약을 취소하지 못해 비용을 날리고 100만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 항공권을 다시 구입한 사례도 이어졌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가격뿐 아니라 ‘취소 가능성’까지 고려하게 된 배경이다.

남 씨는 “예전에는 무조건 저렴한 항공권을 먼저 찾았는데, 이제는 조금 비싸더라도 환불이나 일정 변경이 가능한 항공권과 숙소를 우선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A씨 역시 “예전에는 최저가만 찾았다면 지금은 취소나 변경이 가능한지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여행 방식에 대한 판단도 달라졌다. 평소 자유여행(FIT)을 선호했던 남 씨는 최근에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도 함께 비교하고 있다. 중동 사태 당시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여행객들이 일정 변경과 환불을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부터다. 그는 “예전에는 자유여행이 무조건 낫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얼마나 대응해주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여행업계도 체감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격만 묻던 고객들이 이제는 환불 규정이나 일정 변경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비하려는 심리도 함께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비용이 드는 옵션 관광이나 쇼핑 일정을 줄이고 여행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노쇼핑·노옵션·노팁’ 상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 노랑풍선 홈페이지 캡처
추가 비용이 드는 옵션 관광이나 쇼핑 일정을 줄이고 여행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노쇼핑·노옵션·노팁’ 상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 노랑풍선 홈페이지 캡처

아낄 곳은 아끼고, 쓸 곳은 쓴다

고유가·고환율·고물가가 겹치며 여행 예산이 빠듯해지자 소비자들은 모든 지출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보다 ‘어디에 쓰고, 어디에서 아낄지’를 더 치밀하게 따지기 시작했다. 같은 비용으로 더 큰 만족을 얻기 위한 선택적 소비가 뚜렷해진 것이다. 남현주 씨는 푸꾸옥 여행은 결국 접었지만, 부모님과 떠난 대만 여행에서는 숙소만큼은 평소보다 더 투자했다. A씨도 “숙소에 더 쓰면 항공권을 아끼고, 항공권에 더 쓰면 다른 비용을 줄이는 식으로 균형을 맞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상품 선택에서도 나타났다. 추가 비용이 드는 옵션 관광이나 쇼핑 일정을 줄이고 여행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노쇼핑·노옵션·노팁’ 상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 노랑풍선에 따르면 7~8월 출발 해외 패키지 가운데 해당 상품 예약은 전년 동기보다 116.8% 증가했다. 예약도 이동 부담이 적고 짧은 일정으로 다녀오기 좋은 지역에 집중됐다. 일본에서는 홋카이도가 전체 일본 예약의 54.4%를 차지했고, 베트남에서는 나트랑 예약 비중이 36.1%로 가장 높았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을 포기하기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가격만 싼 상품보다 쇼핑 일정이 없거나 이동 시간을 줄여 여행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고유가와 고환율이 여행 비용을 끌어올린 결과, 소비자들은 단순히 지갑을 닫기보다 ‘가치 있는 곳에는 쓰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는’ 방향으로 여행 소비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있다.

 

모두투어가 6월15일부터 19일까지 해외여행 예약률이 전주동기대비 약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 모두투어
모두투어가 6월15일부터 19일까지 해외여행 예약률이 전주동기대비 약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 모두투어

비용이 내려가면, 대기 수요도 움직인다

하반기 시장의 변수는 다시 비용이다. 상반기 소비자의 선택이 대부분 비용에서 출발한 만큼, 비용이 내려가면 눌려 있던 수요도 돌아올 여지가 크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사상 최고 수준이던 33단계에서 6월 27단계, 7월엔 19단계까지 내려갔다. 

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휴전 발표 이후인 6월15~19일 해외여행 예약은 직전 주보다 32% 늘었고, 유럽 예약은 122% 증가했다. 물론 회복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환율은 여전히 높고, 유류할증료도 평시(5~6단계)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다만 상반기 소비자가 보여준 선택은 분명하다. 여행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더 많이 비교하고 더 신중하게 예약하며 위험까지 따지는 방식으로 소비의 문법이 바뀌었다. 비용 부담이 완화되는 하반기 시장은, 이 새로운 소비 방식 위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 ▲ 이전글
  • 작성 : 운영자
  • 제목 : [창간 34주년 특집] 인바운드 재조명①주한 외국인 활용법 | 가이드북 밖으로 흩어지는 발길…인바운드의 새 동력
  • ▼ 다음글
  • 작성 : 운영자
  • 제목 : [창간 34주년 특집] 고비용 쇼크③ 영세 여행사·랜드사 | 현장이 떠안는 고비용의 무게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YES DIVI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