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타이중의 맛은 오래된 시간에서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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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중의 미식은 오래된 제조 공법과 지역 식재료에서 출발한다. 전통 양조와 발효 식품, 특산물을 활용한 디저트, 대만식 외식 문화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며 타이중만의 식도락 지형을 만들고 있다. 전통을 지켜온 로컬 브랜드들은 지역 농산물과 장인정신을 관광 콘텐츠로 연결했고, 개성 있는 레스토랑들은 대만 중부 미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타이중은 익숙한 대만 여행지와는 다른 식문화를 품은 도시로, 한국 여행객에게도 새로운 미식 목적지로 다가서고 있다.
■ 세월이 허락한 미식, 장인의 고집을 맛보다
-ABAS 양조 스토리홀
타이중의 깊은 풍미를 책임지는 미식 투어는 30년 동안 지역 양조 문화의 맥을 이어온 ‘ABAS 양조 스토리홀’에서 시작된다.

양조장 운영에 관광을 더해 지역의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순수함’을 고집한다. 화학 첨가물이나 식용 알코올을 철저히 배제하고 현지의 신선한 식재료만을 사용하며, 물을 섞지 않고 곡물 그대로 고압에서 발효시키는 독자적인 고태 공법을 통해 술 본연의 맛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노력은 2020년 국제 품평회(ITQI) 풍미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이곳에 방문하면 홍차로 입안을 헹구어 미각을 깨우는 것부터 시작해 잔을 가볍게 흔들어 나타나는 괘배 현상을 살피고, 술을 5초간 입 안에 머금으며 풍미를 오롯이 느껴보는 오감 시음 여정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에 숭어 알 치즈 과자, 현지 토란 떡, 고량주로 향을 입힌 수제 소시지 등 지역 특산물 안주를 곁들이면 미식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미소 양조문화관
100년의 발효 철학을 잇는 '미소 양조문화관'도 빼놓을 수 없다. 1954년 문을 연 이후 현재 3대째 가업을 이어오며 전통 발효 공법을 지켜나가고 있는 이곳은 대만 중부 최초의 유기농 전문 양조 시설이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된장, 간장, 장아찌 등 200여 가지 제품을 제조하며, 화학 첨가물을 배제하고 현지 식재료만을 고집하는 운영 철학을 인정받아 대만 내 관광 공장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의 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채식 캠페인과 동·식물 보호 등 친환경 공정을 실천하며 지역 사회와의 공존을 도모하고 있다. 100년 된 삼나무 통과 누룩 박스 등 골동품급 전시물을 통해 과거 양조장의 일상을 살필 수 있고, 직접 조작하며 발효 과정을 체험하는 시설을 통해 역사와 정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곳의 백미는 미소를 직접 빚어보고 발효 음료를 시음하는 프로그램이다. 체험 후에는 자신만의 ‘미소 세트’를 구성하는데, 건강을 상징하는 초록색, 재물을 뜻하는 검은색, 행운을 상징하는 빨간색 포장재에 정성스레 만든 제품을 담아갈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아종스 토란문화관
타이중 다자 지역의 특산물을 다루는 ‘아종스 토란문화관’은 농업 유산과 장인정신을 관광 콘텐츠로 승화시켰다.

현재의 문화관을 일군 ‘아종스’ 브랜드는 계란이 귀했던 시절, 오리알을 활용해 독창적인 과자를 선보이던 작은 디저트 가게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을 설립한 아종스 사부는 본래 전통 혼례 음식인 ‘시병’을 빚던 장인이었다. 이후 다자의 특산물인 토란을 활용한 토란 케이크를 개발했고, 이는 국빈 방문 시 디저트로 제공될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관람객은 직접 참여하는 DIY 체험을 통해 반죽을 밀고 그 안에 토란 속을 직접 채워 넣는 과정을 거치며 1인당 4개의 토란 케이크를 완성할 수 있다. 빵이 구워지는 동안에는 대만의 식문화와 지역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기다림의 미학을 배운다. 완성된 빵의 보관 기간은 실온 3일, 냉장 7일이다.
■ 대만 미식의 다채로운 변주
미슐랭 가이드에만 62곳이 이름을 올린 화려한 식도락의 도시 타이중에서는 저마다의 뚜렷한 철학을 가진 레스토랑들이 미식가들을 맞이한다.
-전압방
2020년과 2021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의 선택을 받은 고급 중식 레스토랑 ‘전압방’은 정통 광둥식 오리 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보통 ‘오리 요리’ 하면 북경오리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의 '불꽃체리오리구이'는 촉촉한 육즙을 온전히 살려내는 데 집중한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눈앞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다. 오리 고기 위에 리큐어를 뿌린 뒤 화려한 불꽃을 일으켜 잡내를 날리고, 매혹적인 향을 덧입힌다.

능숙한 칼솜씨로 해체된 오리 고기는 부드러운 풍미로 미각을 사로잡는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별미가 있다. 바로 새콤하게 쥐어낸 초밥 밥 위에 고소한 오리 껍질을 얹은 ‘오리 껍질 초밥’이다. 본래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메뉴지만, 진에어 탑승객이라면 항공권 제시 시 무료로 맛볼 수 있으니 티켓 지참은 필수다. 기름진 고소함과 새콤함의 완벽한 조화가 입안을 즐겁게 한다.
-후서위웨이
타이중 중심가에 자리한 ‘후서위웨이’는 소박하지만 깊은 온기를 품은 상하이식 딤섬 전문점이다.

이름부터가 ‘상하이 고향 집의 여운이 남는 맛’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얇은 피 사이로 육즙이 터지는 샤오룽바오도 훌륭하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쓰과(수세미)’로 속을 채운 승젠바오(군만두)다. 바짝 말려 천연 설거지용으로 쓰는 바로 그 수세미가 맞는데, 여기서는 말리기 전의 연하고 어린 수세미를 식재료로 삼았다. 한 입 베어 물면 처음엔 살짝 쌉싸름한가 싶다가도 씹을수록 기분 좋은 은은한 단맛이 배어 나와 감탄을 자아낸다.

민물새우와 김을 푹 우려낸 만둣국 ‘훈둔’도 훌륭한 선택지다. 구수하고 깊은 감칠맛 덕분에 호불호가 갈리지 않아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그릇을 깨끗이 비우게 만든다. 식사의 마무리는 청나라 서태후가 피부 미용을 위해 즐겨 먹었다는 ‘양생첨탕(백목이 연밥 감주)’이 제격이다. 마치 고급 제비집 요리를 연상케 하듯 걸쭉하고 점성 있는 텍스처에 은은한 달콤함이 응축되어 있어 독특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산신
대만의 독자적인 식문화가 지닌 예술성을 확인하고 싶다면 창작 요리 전문점 ‘산신’이 좋은 대안이다. 이곳은 부부의 다정한 철학이 식탁 위에 펼쳐지는 공간이다.

대만 음식은 중국 본토 요리에 비해 향신료가 강하지 않고 순한 것이 특징인데, 산신은 여기에 ‘농민들이 정성껏 키운 식재료 본연의 특성을 살린다’는 엄격한 기준을 더했다. 매장에서 직접 우려낸 현미차를 마시고 있으면, 산신의 13년 역사를 지탱해 온 간판 요리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음식은 소금으로 두껍게 덮어 구워낸 전통 생선 요리다. 단단하게 염장 된 생선의 비늘을 먹기 직전 부드럽게 벗겨내면, 가둬두었던 촉촉한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한 땅콩나물이나, 자라와 오골계를 가득 넣고 오랜 시간 고아내 사전 예약으로만 맛볼 수 있는 보신용 양생 탕까지 마주하고 나면 타이중 미식의 깊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마이샤부

정갈하고 품격 높은 프리미엄 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으로는 1인 샤부샤부 전문점 우마이샤부가 있다. 현지의 대표 외식 브랜드 우마그룹이 운영하는 곳으로,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 속에서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는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맑고 시원하게 끓여낸 육수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 마블링이 화려한 일본산 와규를 살짝 담갔다 빼면, 고기가 입안에서 말 그대로 스르르 녹아내린다. ‘샤부샤부로만 살짝 데쳐 먹기 아까울 정도’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퀄리티다. 다채롭고 신선한 채소는 무제한으로 제공되어 건강한 포만감을 채워주며, 이곳 역시 진에어 티켓을 제시하면 고기(대만산 닭목살)를 추가로 제공하는 넉넉한 인심을 뽐낸다.
■ 지속가능 관광도시로 향하는 타이중, 제10차 TPO 포럼
타이중의 미식·문화 관광 경쟁력은 오는 9월16일부터 18일까지 타이중 린 호텔(The Lin Hotel Taichung)에서 열리는 제10차 TPO 포럼을 통해서도 조명될 전망이다. 타이중시정부와 TPO 사무국이 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지속가능한 관광도시: 스마트 관광과 공유가치’를 주제로 열린다.
포럼에서는 스마트 기술 활용, 환경적 지속가능성, 지역사회 참여를 기반으로 한 관광 모델 구축 방안이 논의된다. 정책 설명회와 17일 개막식, 세션, MICE 라운드테이블, G2B·B2B 상담회 등이 3일간 이어지며,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포럼 참가자들이 타이중의 주요 관광 자원과 매력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Taichung City Experience’ 답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버블티의 발상지이자 펑지아 야시장 등 독자적인 미식 정체성을 지닌 타이중은 한국 여행객이 사계절 내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목적지다. 이번 포럼은 타이중의 미식과 문화 콘텐츠가 도시 관광 경쟁력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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