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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그놈의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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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조회 3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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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주 기자
송미주 기자

작년 뉴욕 여행길, 스테이크 한 접시에 250달러를 내밀고 나서 멍해졌다. 한화로 환산하면 35만 원이 훌쩍 넘는다. 생수 한 병 5달러, 팁까지 얹으면 숫자가 숫자 같지 않았다. 올해 들어 여러 나라를 오갔지만, 일본과 베트남을 빼면 어딜 가든 마트 진열대 앞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엊그제 다녀온 홍콩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홍콩달러 428달러짜리 식사를 했는데, 현지인 체감으론 6만 원대 수준이라는 그 한 끼가 한국 관광객의 카드엔 8만5,000원으로 찍혔다. 가이드가 기념품을 권하면서도 끝마다 덧붙이던 말이 귓가에 남는다. ‘홍콩 물가론 정말 괜찮은 건데, 환율 때문에 그렇습니다.’

솔직히 해외여행의 가장 뿌듯한 순간은,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을 현지에서 득템하거나 서너 배 비싼 가격에 팔리는 품목을 직접 공수해 왔을 때다. 그런데 요즘은 그 뿌듯함이 환전 앱을 여는 순간 증발한다. 원·달러 환율이 1,540원대를 오가고, 원·홍콩달러도 한때 196원 선을 찍었다. 환율 10원 차이로 온라인 면세점 장바구니 가격이 1만 원 넘게 출렁이니, 면세점들이 ‘환율 보상 쿠폰’까지 내걸고 있을 정도다. 지난 미국 출장 때 환전하고 남았던 달러를 깜빡 잊고 두었는데, 며칠 사이 수익이 만 원 가까이 불어 있었다. 환전 통장 수익률이 주식 계좌를 앞지르는 시대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여행자의 씁쓸함은 그래도 일시적이다. 이 환율을 업으로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의 속은 비교가 안 된다. 현지 지상비, 식사비가 예산을 넘길 때마다 추가분을 랜드사나 여행사가 자체적으로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상품 가격에 그대로 전가하면 예약이 끊기고, 흡수하자니 마진이 녹는다. 환율에 가장 민감한 산업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한편, 한국에서 외화로 급여를 수령하는 각국 관광청 관계자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같은 달러가 한화로 바뀌는 순간 통장 잔고가 두툼해지니, 같은 숫자가 누군가에겐 한숨이고 누군가에겐 안도가 된다.

환율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입장의 문제다. 다만 여행업계만큼은 그 입장이 대부분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상품을 기획하는 손도, 상품을 고르는 손도 환율표 앞에서 같이 움츠러든다. 하루빨리 한화가 제 무게를 되찾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여행을 만드는 사람도 숫자 앞에서 조금은 가벼워지는 날이 왔으면 한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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