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YES DIVING 예스다이빙

[김기헌의 관광 시론] 경복궁의 밤, '품격 있는 환대'로 채우는 한국 문화의 격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조회 21   댓글 0

본문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서울의 한복판에 5대 궁궐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 어느 도시도 흉내 낼 수 없는 대한민국의 압도적인 문화적 자산이다. 최근 경복궁 야간 개장에 한복을 입고 입장하는 외국인들이 급증하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국의 참모습을 경험하고, 잠시나마 한국인처럼 살아보는 탁월한 체험 관광이자 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는 이른바 ‘신의 한 수’다.

얼마 전, 해외에서 오래 생활한 두 청년과 함께 경복궁 야간 관광에 나섰다. 평소 역사와 문화에 깊은 애정을 가진 나는 그들에게 우리 궁궐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깃든 서사를 제대로 전해주고 싶었다. 광화문의 유명 맛집에서 40분이나 대기하며 맛있는 저녁을 기대했으나, 예약 입장권에 적힌 ‘19:00 1회 입장’이라는 문구는 마치 가이드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식사를 포기하고 서둘러 식당을 나섰다. 하지만 막상 달려간 경복궁에서 마주한 것은 ‘19시부터 21시까지의 상시 자유관람’이었다. 소중한 저녁 식사의 기쁨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달려왔건만, 정작 정보의 불친절함으로 인해 허탈함을 느껴야 했다. 예약 안내문구에 ‘19-21시 자유입장(마지막 입장 20:20)’과 같이 조금 더 명쾌한 정보를 담아주었더라면, 관광객들은 훨씬 여유롭고 행복한 저녁 여행을 계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입구의 풍경 또한 숙제로 남았다. 사전예약한 내국인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하는 반면, 시스템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긴 티켓팅 줄에서 소중한 밤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 민망했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사전예약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외국인 전용 패스트트랙을 운영한다면, 입구에서부터 한국의 세련된 서비스 정신을 체감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관광객의 시선에서 정보를 명확하게 제공하고,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여주는 것, 이것이 바로 환대산업이 지향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배려다.

궁궐 안으로 들어서며 나는 청년들에게 경복궁의 유래와 조선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청년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질문을 던지며 궁궐을 거닐었다. 이때 현장을 지키는 노인 안내인력들을 보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고 있었으나, 단순히 질서유지와 통제에만 집중하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에 한 가지 옷을 더 입혀보면 어떨까. 이 노인 안내인력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하여 역사를 배우고 익힌 '문화해설사나 보조 해설사'로 거듭나게 한다면, 우리 고궁의 품격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핀잔을 주는 권위적인 통제가 아니라, 역사를 들려주는 온화한 호스트가 있을 때 한국관광의 수준은 격상된다. 이것은 일자리를 가진 노인들에게는 보람을, 관람객에게는 한국의 서사를 선사하는 가장 가치 있는 변화가 될 것이다.

훌륭한 경복궁 야간관광 콘텐츠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벤치마킹 모델로 도약하기 위한 세 가지 발전적인 제언을 한다. 첫째, '명쾌한 정보 전달'이다. 여행자에게 시간은 금보다 귀하다. 입장시간과 방식에 대한 명확한 표기는 관광객을 향한 존중의 시작이다. 시스템 안내를 조금만 더 관람객 친화적으로 개선한다면 우리 관광의 첫인상은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다. 둘째, ‘서사(Storytelling)가 있는 품격있는 환대’다. 풍부한 인생경험을 가진 노인 안내 인력들을 교육하여 고궁의 건축과 역사 스토리를 전하는 해설사로 배치하자. 그들이 건네는 따뜻한 설명은 그 어떤 통제보다 강력한 환대가 되어,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질서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셋째, ‘관람객을 위한 세심한 인프라’의 확충이다. 펜스마다 사람들로 가득해 제대로 된 추억을 건질 수가 없었는데, 경회루 야경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포토존을 지정하자. 또 60대인 나조차 걷기 힘든 관람로에 지친 이들이 잠시 쉴 수 있는 벤치를 충분히 마련하자. 금지표지 없는 계단에 앉았다는 이유로 안내를 받거나 쫓겨나는 풍경은 환대 정신에 어긋난다. 쉼터가 넉넉할 때 관람객의 마음도 넉넉해지고, 그 마음이 곧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 ‘보는 한류’를 넘어 ‘배우고 체험하는 한류’로 성숙해가고 있다. 앞으로 경복궁을 넘어 5대 고궁이 돌아가며 교대로 야간개장 이벤트를 열어 더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운 한국 궁궐의 밤을 선물하자. 인공지능이 일상이 된 하이테크의 시대일수록, 사람의 온기를 전하는 ‘하이 터치(High Touch)’의 감동은 더욱 귀하고 오래 기억된다. 우리 스스로 가치를 통찰하고 관광객의 편의와 행복을 배려하는 디테일을 발휘할 때, 방문객들은 자신이 경험한 한국의 품격을 세계 어디서든 자신 있게 자랑할 것이다. 그 깊은 감동과 추억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세계 관광 대국으로 가는 진정한 ‘신의 한 수’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 ▲ 이전글
  • 작성 : 운영자
  • 제목 : 드라마 대박 행진에 알버타주도 주목…차별화된 테마로 한국시장 공략
  • ▼ 다음글
  • 작성 : 운영자
  • 제목 : 2세 경영 랜드사, 신뢰도에 ‘젊은 감각’ 더했다 [inside] 투어메드 이용혁 소장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YES DIVI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