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헌의 관광 시론] 보라색 열차의 교훈, ‘팬덤’을 ‘관광의 미래’로 바꾸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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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최근 서울 일정을 마치고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부산행 모든 열차의 좌석과 입석이 완전히 매진된 것이다. 승강장을 가득 메운 캐리어와 외국인 여성들, 그들의 상기된 표정은 단순한 여행객을 넘어선 무엇이었다. 알고 보니 BTS 데뷔 13주년을 맞아 부산에서 펼쳐지는 콘서트와 대규모 축제를 향한 전 세계 아미(ARMY)들의 대이동이었다.
열차 옆자리에 앉은 홍콩에서 온 팬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부산행 열차에 올랐다는 그녀의 눈에는 피로보다 설렘이 가득했다. 부산까지의 비싼 직항 대신 먼 길을 돌아온 그녀의 열정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우리 시대의 새로운 문화적 동력이었다. 열차 안을 채운 보라색 물결을 보며, 우리 문화가 거둔 성취에 가슴 벅찬 자긍심을 느꼈다. 13년 전 세계를 향해 던진 BTS의 외침이 이제는 전 세계인을 한국으로, 그리고 부산으로 이끄는 거대한 문화적 중력이 된 것이다.
이번 현상은 우리 관광산업에 분명한 과제를 던진다. 아미들은 스스로 정보를 찾고 이동하며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한국의 구석구석을 전 세계에 송출한다. 이제 지자체의 역할은 관 주도의 거창한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머무는 기간 동안 불편함 없이 소비하고 체류할 수 있도록 인프라와 수용태세의 디테일을 챙기는 것이다. 과거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던 부산이, 민관이 협력해 숙소를 제공하고 환대문화를 정비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다. 관광객의 편의를 국가적 어젠다로 설정하고, 이들이 머무는 동안 한국 제품을 사고, 맛집을 방문하며 그 경험을 전 세계에 공유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곧 가장 파괴력 있는 글로벌 마케팅이자 방문자 경제를 창출하는 핵심 전략이다. BTS와 같은 글로벌 스타는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키는 움직이는 문화 영토다. 이번 콘서트가 열리는 부산은 단순한 이벤트 도시를 넘어, 전 세계 팬들이 동경하는 문화적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 자산화는 지역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제 제2, 제3의 BTS가 배출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국가적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연예인을 지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관광의 품격을 높이는 문화 외교관으로 대우하고 그들이 창의적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소프트 강국의 자세다. 해외 공연만큼이나 국내 활동이 관광객들의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광 연계형 콘텐츠를 강화할 때, 우리 경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가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소프트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세 가지 태도 변화가 필수적이다. 첫째, 우리 스스로 가진 문화적 이중잣대를 거두어야 한다. 영웅으로 받들다가도 사소한 티끌에 가혹하게 비난하는 이중성을 버리고, 예술가의 서사를 존중하는 문화적 성숙함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한국 문화와 관광이 세계 표준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다. 둘째,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AI와 기술이 발전하는 하이테크의 시대일수록, 관광객들은 한국인들의 따뜻한 환대와 깊은 서사가 담긴 하이 터치(High Touch)를 갈망한다. 지역의 업계 종사자들과 시민들이 보여주는 친절과 환대 문화, 깨끗한 숙소와 편리한 교통 등이 그들의 여행을 편리하고 만족스럽게 뒷받침할 때, 대한민국은 영원히 세계인이 가슴 뛰는 꿈을 꾸러 오는 소프트 파워의 성지가 될 것이다. 셋째, 성숙한 시민의식의 확립이다. 관광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우리 고장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미소와 정직한 상거래,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배려심은 그 어떤 대형 축제보다 강력한 국가 브랜드 자산이다. 한 명 한 명의 시민이 곧 한국 관광의 얼굴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의 관광 생태계는 글로벌 수준의 격을 갖추게 된다.
열차 안에서 보라색 물결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다. 과거 일본 문화를 동경하고 모방하던 우리가, 이제는 전 세계인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이 자긍심을 실질적인 관광 성과로 이어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BTS가 부산에서 울려 퍼뜨린 아리랑의 피날레는, 한류가 단순히 소모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의 정서와 가치를 세계와 공유하는 아름다운 의식임을 보여줄 것이다. 방문객들이 자신이 경험한 한국의 품격을 세계 어디서든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도록 만들자.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시민의식으로 관광객의 마음을 물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세계 관광 대국으로 가는 진정한 지름길이다. 관광 현장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나는 부산의 보라색 열차가 대한민국 관광의 더 밝은 미래로 달리고 있음을 확신한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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