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사의 항공 트렌드] ⑤ AI, RM을 다시 정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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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산업에서 수익관리(RM)의 역사는 결국 “좌석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초기 RM은 제한된 좌석을 어떤 가격과 조건으로 통제할지에 집중했다. 이후에는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한 가격 최적화로 발전했고, 더 나아가 노선과 공급을 통합적으로 조정하는 네트워크 전략의 영역까지 확장됐다. 최근에는 고객에게 어떤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오퍼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항공 산업이 맞이한 변화는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전의 변화가 기존 운영 구조 안에서 효율을 높이는 과정이었다면, 현재의 변화는 운영 방식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수준에 가깝다. 특히 AI의 등장은 단순한 자동화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 기술 혁신이 물리적 노동과 반복 업무를 대체하는 방향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 영역까지 시스템이 학습하고 수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항공 산업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 안에 들어와 있다.
오퍼 기반 환경에서 항공사는 더 이상 정해진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고객마다 서로 다른 상품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수익 역시 그 조합 안에서 만들어진다. 이 구조에서는 기존 RM의 전제가 더 이상 완전히 유효하지 않다. 단순히 좌석 수요만으로 수익을 설명할 수 없고, 과거 데이터만으로 미래 수요를 예측하는 데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이 환경에서 RM은 새로운 기능을 요구받는다.
첫째는 고객별 오퍼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고객의 여행 목적, 구매 이력, 행동 패턴,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가장 높은 수익을 만들 수 있는 상품 조합을 실시간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가격 계산이 아니라 확률을 기반으로 한 상품 설계의 문제에 가깝다. 과거 RM은 고객을 몇 가지 세그먼트로 구분하고, 각 그룹의 평균적인 행동 패턴에 맞춰 가격 전략을 운영했다. 예를 들어 출장 고객은 출발 직전에 구매하므로 높은 운임을 적용하고, 휴가 수요는 조기 확보를 위해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운영하는 방식이었다. 고객군 단위의 평균값을 기반으로 최적화를 수행한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같은 시점에 구매하는 고객이라도 목적과 행동 패턴이 모두 다르다. 늦게 구매한다고 해서 모두 출장 고객인 것은 아니며, 일찍 검색한다고 해서 모두 가격에 민감한 고객인 것도 아니다. 하나의 고객에게도 여러 개의 오퍼가 동시에 성립할 수 있고, 각각은 서로 다른 구매 확률과 수익 구조를 가진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상품이 적합한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선택지의 구매 가능성과 예상 수익을 함께 고려해 가장 높은 기대값(Expected Value)을 만들어내는 조합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RM은 개별 가격 중심의 운영에서 벗어나, 확률과 수익을 함께 계산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둘째는 실시간 수익 인식과 연결되는 운영 능력이다. 오퍼 기반 주문에서는 하나의 항공권 안에 다양한 서비스가 포함되며, 각 서비스의 수익 인식 시점 또한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고객이 항공권과 함께 수하물, 좌석 지정, 기내식, 공항 라운지 이용권이 포함된 번들 상품을 구매했다고 가정해보자. 항공 운임은 탑승 시점에 수익으로 인식되지만, 수하물이나 좌석 지정은 체크인 과정에서, 기내식은 실제 제공 시점에, 라운지 서비스는 제휴사 정산 이후에 최종 수익이 확정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단순히 판매 이후 정산을 처리하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어떤 서비스가 언제 제공되고 어떤 조건에서 수익으로 인식될 것인지를 판매 시점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즉, 오퍼를 구성하는 순간 수익 인식 로직까지 동시에 정의되는 구조가 필요해진다.
셋째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다. 동적 오퍼 환경에서는 가격 오류, 조건 충돌, 정산 누수와 같은 문제가 구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처럼 사전에 정의된 규칙만으로는 이러한 복잡성을 통제하기 어렵다.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가격과 상품 조합, 그리고 수많은 고객 조건을 사람이 직접 관리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AI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AI는 RM을 단순히 자동화하는 기술이 아니다. RM의 운영 단위 자체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과거 RM이 좌석을 관리하는 기능이었다면, 이후에는 가격을 최적화하는 체계로 발전했다. 앞으로의 RM은 오퍼를 설계하고, 수익을 인식하며,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운영 체계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항공 산업의 중심은 좌석에서 데이터로 이동하고 있다. 수익관리의 역사가 좌석 관리의 역사였다면, 앞으로의 RM은 데이터 해석과 확률 기반 의사결정의 역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AI는 그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며, 동시에 항공 산업의 운영 구조 자체를 다시 정의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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