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와 종업원, 신뢰라는 ‘황금알’ [김기헌의 관광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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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관광산업은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완성되는 산업이다. 화려한 호텔시설이나 정교한 여행상품도 결국 사람의 손끝에서 완성되고,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그러나 현장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많은 관광·호텔·마이스(MICE) 기업들은 여전히 저임금, 고강도 노동, 감정노동이라는 굴레 속에서 청년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과 갈등을 지켜보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단기적 이기주의와 극한의 대립은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가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거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자와 종업원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고, 서로를 적대적인 상대로 인식하는 순간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 이제 우리는 경영자와 종업원이 운명 공동체라는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이 주목한 일본 신칸센 청소업체 테세이(TESSEI)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7분이라는 극한의 시간 동안 객실을 정돈해야 했던 이들은 과거 강압적인 통제와 감시 속에서 사기가 바닥이었다. 그러나 경영자가 바뀌고 감시를 멈추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경영진은 직원을 관리의 부속품이 아닌 무대 위의 공연자로 정의했다. 자부심을 심어주자 직원들은 스스로 업무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연간 400건에 불과하던 아이디어 제안은 1만 건으로 폭발했다. 하버드 MBA가 주목한 것은 기술이 아닌, 직원을 진정한 동반자로 대우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었다.
진정한 자율경영은 현장에서 발휘된다. 24시간 이내 배송을 신조로 하는 FedEx의 어느 배달원은 폭우로 도로가 끊기자, 고민 없이 수천 달러를 들여 헬리콥터를 임대해 약속을 지켰다. 회사는 그를 징계하는 대신 그의 열정을 전사적으로 포상했다. 고객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상사의 결재를 기다리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가진 자율경영의 핵심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통으로 권한위임(Empowerment)의 가치를 증명한다. 직원을 비용이 아닌,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는 경영자로 대우할 때 기업의 공신력은 광고비 수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한다. 위기 상황에서 헬리콥터를 빌리는 결단은 매뉴얼이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인이라는 자긍심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관광업계의 고질적인 악순환을 끊으려면 경영자의 마인드부터 혁신해야 한다. 환율이 좋고 관광객이 몰릴 때 사장이 부를 축적했다면,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직원을 줄이는 것은 경영자가 취할 최적의 선택이 아니다. 나는 늘 강조한다. 당신의 건물은 함께 땀 흘린 직원들의 헌신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고용을 유지하라, 그들이 진심으로 감사할 때 훗날 당신에게 2배 더 큰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기업은 사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영자와 종업원은 어려움을 함께 견디는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다. 직원을 단순한 월급쟁이로 보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성과를 함께 나누는 가족적인 경영철학을 확립할 때 비로소 더 큰 파이를 만들 수 있다.
이제 우리 관광산업에 세 가지를 제안을 한다. 첫째, 직원 우선(Employees First)의 조직문화를 정립하자. 직원의 자존감이 무너진 서비스에서 고객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직원을 내부고객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기업만이 일류로 도약할 수 있다. 둘째, 현장 중심의 과감한 권한위임을 실천하자.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율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직원이 스스로 서비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임파워먼트를 강화해야 한다. 결재 절차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현장의 판단이다. 셋째, 성과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을 확립하자. 위기 시에 직원을 보호하는 경영자의 용기는 곧 신뢰라는 자본이 되어 돌아온다. 경영자와 종업원이 하나 될 때, 비로소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건강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했다. 관광업은 그 여행의 길을 닦는 숭고한 산업이다. 사장이 웃고, 직원이 행복하며, 그 행복이 고객의 가슴에 닿는 곳.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 관광산업의 자화상이다. 지금 당장 경영의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신뢰와 공생의 길로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 기업은 지속가능한 번영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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