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관광객, 멈춰 선 인력 체계|[커버스토리] 3,000만 관광객 시대의 관광통역안내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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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자격증은 쌓이는데, 현장은 왜 비어 있는가
②늘어나는 관광객, 멈춰 선 인력 체계
쓰루 가이드·무자격 가이드 확산…공급 공백이 만든 구조적 문제
자격·교육·매칭까지 ‘끊긴 시스템’…3,000만 시대 인력 기반 흔들
현장 못 담는 자격·교육 체계

인력 구조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현재의 관광통역안내사(관통사) 자격·교육 체계가 실제 현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다. 현장을 경험한 관통사와 여행업계 모두에서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시험 구조부터 그렇다. 현장 관통사들 사이에서는 “자격증 시험은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배경 지식이라고 느끼나,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지 못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1차 시험은 국사·관광자원해설·관광법규·관광학개론 4과목 객관식, 2차 면접은 10~15분 내외다. 기본 소양을 확인하는 취지는 인정되지만, 외국어 회화 능력이나 돌발 상황 대응력 같은 실무 역량은 현행 방식으로는 충분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자격 취득 이후에도 이어진다. 현장 적응을 보완할 교육 체계가 공백으로 남아 있어서다. 한국관광공사의 2024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관통사와 여행업계 모두 현장 중심 교육과 실습 도입 필요성을 공통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사후 교육은 사실상 여행사 부담으로 남아 있고, 실제 활동 관통사의 56%가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구조에서 장기적인 인력 육성은 쉽지 않다.
단일 자격 체계도 한계로 지목된다. 간단한 통역을 담당하는 가이드와 유적지 해설을 담당하는 전문 해설사는 요구 역량이 크게 다르지만, 현재는 하나의 자격증 안에 묶여 있다. 같은 자격증 소지자 사이에서도 실력 편차가 크지만 이를 구분할 장치가 없다. 다만 자격 세분화는 제도 설계와 현장 수용 모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매칭 구조도 문제다. 인바운드 시장은 소규모 업체 비중이 높고 공식 채용 채널이 부족해, 인맥이나 SNS에 의존한 비공식 매칭이 일반화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인’ 플랫폼을 공식 채널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장 활용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쓰루 가이드’가 메우는 공백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소수언어 관통사가 부족한 현실에서 현장을 메우는 것은 자격 없는 가이드들이다. 크게 두 유형이다. 하나는 출발국에서 단체 여행객을 데리고 입국한 뒤 한국 자격 없이 그대로 안내까지 맡는 이른바 ‘쓰루(Thru) 가이드’다. 관광진흥법상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 안내를 업으로 하려면 관통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쓰루 가이드는 특히 베트남어·태국어·말레이어 등 동남아권 단체 여행에서는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단속을 피하려 등장한 편법이 ‘시팅(Sitting) 가이드’다. 자격증 보유자를 형식상 동승시키되 실제 안내는 인솔자가 맡는 방식인데, 관광진흥법은 자격증을 빌려주거나 빌리는 행위, 이를 알선하는 행위도 모두 금지하고 있어 이 역시 불법이다. 두 방식 모두 결국 국내에서 해당 언어 관통사를 구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여행사 관계자는 “홍콩 같은 경우 현지 여행사가 광둥어 인솔자가 다 하겠다며 쓰루 가이드를 고집하는데, 국내에서 광둥어 가능한 관통사를 구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급 자체가 없는 언어권에서 불법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에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국 SNS 플랫폼이나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을 통해 여행객을 모아 가이드 활동에 나서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인력난을 틈탄 우회가 아니라, 제도 바깥에서 아예 독자적인 시장이 형성되는 흐름이다. 현직 관통사는 “경복궁에 가면 이런 외국인 가이드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신고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한 태국어 관통사는 경복궁 주차장에서 무자격 가이드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담당 업무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고, 되레 해당 가이드로부터 업무방해 역고소 위협을 받기도 했다. 무자격 가이드의 확산은 역사 왜곡 해설, 쇼핑 위주 안내 등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멈춰 선 제도, 커지는 간극
자격·교육 체계가 현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그 공백은 이미 시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메워지고 있다. 무자격 가이드와 비공식 안내가 확산되고, 제도 밖에서 별도의 시장까지 형성되는 흐름이다. 정부가 외래객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제도 기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물론 외래객 증가가 곧바로 가이드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개별여행(FIT) 비중이 확대되면서 패키지 중심 시장 구조는 변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단체 관광과 특수언어권, 고부가가치 해설 수요 등에서는 여전히 숙련된 관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인력 기반이 취약해질수록 여행사는 검증되지 않은 가이드에 의존하게 되고, 관통사는 제한된 일감을 무자격자와 나눠야 하는 구조가 고착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같은 문제를 두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해결 방향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 쟁점에서는 문제의식 자체부터 첨예하게 갈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행업계와 관통사협회, 현직 관통사 등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데에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 사이 관통사 자격 취득자는 한국관광공사 통계 기준 2014년 3,198명에서 2023년 754명으로 급감했고, 활동자의 69%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인력 규모가 아니라,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역량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기존 인력의 숙련도 제고와 신규 인력의 실무형 양성을 병행하고, 자격·교육·매칭·단속으로 이어지는 인력 생태계 전반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바운드 시장 확대와 관광 활성화를 추진하는 현 시점에서는, 변화한 수요 구조에 맞는 ‘현장에서 작동하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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