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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은 쌓이는데, 현장은 왜 비어 있는가|[커버스토리] 3,000만 관광객 시대의 관광통역안내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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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자격증은 쌓이는데, 현장은 왜 비어 있는가
②단속은 계속되고, 제도는 멈춰 있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 취득자 75% 현장 이탈
자격증과 현장 사이, 메워지지 않는 간극

외래관광객 3,000만명 유치를 위해선 관광객을 현장에서 직접 맞이할 인력 생태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외래관광객 3,000만명 유치를 위해선 관광객을 현장에서 직접 맞이할 인력 생태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외래관광객 3,000만명 유치. 정부가 목표로 내건 숫자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관광객을 현장에서 직접 맞이할 인력 생태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 핵심에 관광통역안내사 수급 문제가 있다. 여행업계는 “쓸 수 있는 가이드가 없다”고 말하고, 관통사는 “자격증 있는데 일자리가 없다”고 호소한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와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KOTGA)는 이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양측의 합의를 기다리다 논의를 사실상 멈춘 상태다. 이 문제가 왜 반복되는지, 구조를 들여다봤다.

 

자격증 4만장, 현장에 남은 사람은 4명 중 1명

1962년 자격제도 도입 이래 누적 발급된 관통사 자격증은 약 4만명 수준이다. 이 숫자만 보면 공급이 부족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국관광공사가 2024년 10월 발표한 ‘관광통역안내사 활동 현황 및 DX 교육 수요 실태조사 보고서’가 최근 10년(2014~2023년)간 자격증 취득자 15,9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현재도 활동 중이라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활동 경험이 있으나 현재는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6%, 아예 활동 경험이 없다는 응답도 39%에 달했다. 자격 취득자 4명 중 3명은 현장에 없다는 의미다. 평균 활동 기간도 3.9년으로 짧다. 일본어(6.6년)를 제외하면 대부분 3년 안팎에서 현장을 떠나고, 동남아권은 3.7년, 유럽권은 2.6년에 그친다. 소수언어일수록 진입은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는 구조다. 새로 진입하는 인력도 줄고 있다. 2014년 3,198명이던 연간 자격 취득자는 2023년 754명으로 공급의 절대량 자체가 줄어드는 흐름이다.

 

시장은 바뀌었는데, 공급 구조는 그대로

코로나19 이전 인바운드 관광은 중국인·일본인 단체 관광객과 쇼핑 중심 패키지가 주류였고, 이에 맞춰 중국어 중심의 가이드 인력이 대량 양성됐다. 팬데믹 이후 시장은 빠르게 재편됐다. 개별여행객(FIT) 비율은 2019년 77.1%에서 2023년 84%로 높아졌고, 방한 관광객의 국적도 북미·유럽·동남아 등으로 분산됐다. 관통사들이 상대하는 관광객 유형도 달라졌다. 현재 활동 중인 관통사가 담당하는 관광객 중 단체 여행객 비중은 전체 평균 50%지만, 언어권별로 차이가 크다. 중국어와 동남아권 관통사는 단체 여행객 비중이 각각 58%, 65%로 높은 반면, 영어권과 유럽권은 개별 여행객 비중이 각각 50%, 43%에 달한다. 2017년 이후 자격을 취득한 관통사일수록 개별·특수목적 여행객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외국인 중에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고, 저희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신 경우도 있어요. 코로나 전후로 단체에서 FIT·소규모로 바뀌었고, 이전에 가이드 서비스를 이용했던 분들이 입소문으로 소개하거나 SNS로 연락 오는 경우도 많아졌죠.” 현장 관통사의 말이다. 반면 최근 10년간 발급된 자격증 중 중국어·영어·일본어 3개 언어가 전체의 93%를 차지한다. 말레이·인도네시아어(2.4%), 베트남어(1.7%), 태국어(1.1%) 등 소수언어 자격 보유자는 수백 명 수준이다. 시장은 더 다양한 언어와 더 높은 안내 역량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지만, 공급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흥례문을 통해 경복궁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 여행신문 CB
외국인 관광객들이 흥례문을 통해 경복궁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 여행신문 CB

자격증이 현장 역량을 담보하지 않는다

관통사들이 말하는 “일자리가 없다”는 호소는 거짓인가? 그렇지 않다. 두 주장이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는 여행업계가 원하는 인력과 실제 공급되는 인력이 처음부터 다른 범주에 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가 원하는 관통사는 소수언어권 관광객을 즉시 안내할 수 있을 만큼 언어에 능통하고, 역사·문화 해설까지 가능하며, 현장 경험까지 갖춘 인력이다. 여행사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언어 소통과 통솔 능력을 갖춘 경력 3~5년의 관통사를 원하지만 그런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인바운드 여행사 관계자는 “단체 관광은 가이드가 없으면 계약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불가피하게 무자격 가이드를 기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자격증 시험은 1차 필기와 2차 면접으로 구성되지만, 코스 구성·돌발 상황 대응·실전 소통 같은 현장 역량은 시험으로 검증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막막하더라고요.” 처음 현장에 나선 관통사의 반응이다. “최종 서비스 품질을 책임지는 건데, 가이드 경험이 없으면 투입할 수가 없죠.” 여행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관통사와 여행업계 모두 자격 취득 이후 현장 교육과 실습(인턴) 과정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는 현재 없다.

 

수입 불안정이 역량 있는 인재를 밀어낸다

역량 있는 인재일수록 업계를 이탈한다는 점이 이 구조를 더 악화시킨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관통사의 월 평균 소득은 약 358만원이지만, 이는 겸업 수입을 포함한 수치다. 관통사를 전업으로 하는 경우는 47%에 불과하고, 53%는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다. 활동자의 56%는 특정 여행사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로, 일감이 있을 때만 수입이 생기는 구조다. 유럽권(91%)과 동남아권(70%) 관통사의 프리랜서 비율은 특히 높다. 월평균 근로일수는 전체 평균 12.2일이지만 언어권별 편차도 크다. 중국어 관통사는 월 15.3일로 상대적으로 일감이 많은 반면, 유럽권은 6.8일에 그친다. 소수언어일수록 수입의 불규칙성이 더 심하다는 뜻이다.

KOTGA 관계자는 “쇼핑 수수료가 없으면 일당이 1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언어·자격·해설 역량을 두루 갖춘 인재일수록 업계를 떠날 유인이 큰 배경이다. 역량을 갖추고 있거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인력이라 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발휘하거나 축적할 기회가 제한적인 환경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현장에 남아 활동하는 관광통역안내사 가운데에서도 이 세 가지 역량을 고루 갖추기까지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고, 여행업계는 “쓸 사람이 없다”고 느끼게 된다.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호소도 모두 맞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그 교차점에서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인재와, 인재가 기대하는 수준의 시장이 충분히 맞물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관광통역안내사 수급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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