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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의 관광 시론] 무성한 관광전문가의 시대, 우리는 진짜 통찰을 만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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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

세상은 바야흐로 전문가 전성시대다. TV를 켜도, 각종 포럼이나 지자체의 자문회의장에 가도 저마다 화려한 수식어를 단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문가가 많아질수록 현장의 갈증은 깊어만 간다. 관광에 대한 설익은 사랑과 뜨거운 열정 하나로 현장을 누비기 시작했던 수십 년 전부터 지금까지 목격한 관광의 본질은 언제나 사람과 현장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주변에서 마주하는 소위 전문가들의 모습은 본질보다는 겉치레에, 산업의 미래보다는 개인의 입지와 이익에 치우쳐 있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누가 진짜 관광 전문가인가. 단순히 학위가 높거나 특정 직함에 오래 머문 사람이 전문가일까. 진정한 전문가는 현장의 생동하는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과거의 관성을 끊어내고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하는 ‘혁신성’ 그리고 자신의 제언이 국가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뇌하는 ‘사명감’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다. 즉 이론의 성벽 안에 갇힌 지식인이 아니라 변화하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관광산업이 나아갈 실천적 해답을 찾아내는 현장형 전략가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이나 거시적인 안목 없이 특정 분야의 지엽적인 성공 사례 하나를 가지고 자신을 과하게 포장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어느 지역에서 성공했다는 집라인이나 출렁다리 같은 시설 중심의 사업을 그대로 복사해 와 다른 지자체에 심는 것을 전문가의 조언이라 믿는 풍토가 만연하다.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이 이론적 잣대만 들이대며 마치 모든 문제의 해결사인 양 행세하는 것은 자칫 관광산업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

특히 정책 결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심사나 자문 현장에서 보이는 풍경은 더욱 참담하다. 심사를 하다 보면 과연 저 사람이 사업을 평가할 자격이 있는가 의구심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오히려 공모에 참여한 업계 전문가나 실무자들의 수준이 평가위원보다 훨씬 높은 주객전도의 상황을 마주할 때면 우리 관광 행정의 안목이 얼마나 무뎌졌는지 절감하게 된다. 사실 이런 이들은 심사위원이 아니라 현장의 생리를 다시 배워야 할 평가대상에 가깝다. 실무와 동떨어진 이론이나 과거의 낡은 경험만 가지고 업계의 창의적인 기획을 재단하는 모습은 우리 관광의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벽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가짜 전문가들이 정책 담당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줄 대기’에 능하거나 관공서의 생리를 잘 알아 입맛에 맞는 말만 골라 하는 이들에게 정부 예산은 사업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마중물이 아니라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인 눈먼 돈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지자체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들어서는 천편일률적인 나무 데크길이나 차별성 없는 축제 등은 그들의 실적 쌓기용 기획이 낳은 슬픈 자화상이다.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 관광이나 메타버스 같은 키워드만 그럴듯하게 입혀 알맹이 없는 공모사업을 따내는 행태 역시 마찬가지다.

MICE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히 돈을 들여 국제회의 몇 건을 유치하는 기술적 테크닉이 전문가의 척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진정한 MICE 전문가는 대규모 행사가 해당 지역의 전략 산업과 어떻게 연계되어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할지 그리고 지역의 마이스 생태계가 어떻게 자생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를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화려한 국제행사 뒤에 숨겨진 실효성 없는 예산 집행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공공기관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간곡히 제언한다. 이제는 사업의 규모보다 사람을 보는 안목을 먼저 길러야 한다. 화려한 이력서 뒤에 숨겨진 실질적인 성과와 산업에 대한 진정성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기획하고 수준 높은 심사위원이 이를 가려내며 사명감 있는 공무원이 이를 집행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정부의 예산은 해당 연도에 쓰고 없어지는 소모품이 아닌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다. 관광정책과 사업은 우리 관광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만드는 소중한 투자여야 한다. 예산은 먼저 보는 놈이 임자라는 식의 인식이 팽배한 현재의 풍토에 강력한 경종을 울려야 한다. 전문가의 옥석을 가려 제대로 된 자리에 최적의 인물을 투입할 때 비로소 예산은 낭비 없이 집행되고 사업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평생을 관광이라는 한 길에 몸담아온 사람으로서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대본다. 전문가는 권위로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으로 증명하는 자다. 우리가 가짜 전문가들의 자랑질을 멈추게 하고 진정성 있는 통찰을 가진 이들에게 길을 열어줄 때 대한민국 관광과 MICE 산업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누적된 창의적 성공은 결코 요행이나 인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직 제대로 된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사업만이 한국 관광을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 이제는 지출을 위한 행정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경영으로 관광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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