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예술의 나오시마-자연의 쇼도시마, 그들을 품은 다카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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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중해’ 세토내해로 들어가는 관문
나오시마의 세계적인 미술관들 탐방
쇼도시마 들러 뛰어난 자연경관 감상
일본 다카마쓰 글·사진=안인석 기자 busanguy@traveltimes.co.kr
화려한 관광도시는 아니다. 대신 천천히 머물수록 매력이 드러난다. 일본 소도시 여행 열풍 속에서 다카마쓰가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다.

일본 여행의 흐름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여행자들은 도쿄와 오사카 같은 대도시 대신 작은 도시를 찾는다. 이름난 관광지보다 소도시의 공기와 풍경, 여유를 경험하려는 여행이다. 일본 지방 도시들이 한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다카마쓰 역시 그런 변화 속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곳이다. 가가와현의 중심 도시이자 세토내해 섬 여행의 출발점이다.
일본의 지중해로 불리는 세토내해에는 수많은 섬이 떠 있다. 바다라기보다 섬으로 이루어진 풍경이다. 그 풍경으로 들어가는 문이 다카마쓰다. 항구를 나서면 ‘예술의 섬’ 나오시마가 있고, 바다 건너에는 ‘자연의 섬’ 쇼도시마가 있다. 도시 안으로 들어오면 거대한 도심정원 리쓰린공원이 기다린다.

■ 예술의 섬, 나오시마
사진 한 장이 장소를 설명하는 곳이 있다. 나오시마가 그런 곳이다. 바다를 향해 놓인 노란 호박, 항구에 자리 잡은 빨간 호박.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다. 강렬한 색감의 이 조형물 하나만으로도 나오시마는 기억된다. 하지만 그것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나오시마는 섬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다.
세토내해에 떠 있는 작은 섬이었던 나오시마는 한때 제련소와 폐기물 문제로 외면받던 곳이었다.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섬의 운명이 바뀌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이곳에 미술관을 세우면서다. 이후 예술 프로젝트가 이어지며 지금은 세계인들이 찾는 ‘아트 아일랜드’로 자리 잡았다.

섬에는 베네세하우스 미술관, 지추미술관, 이우환 미술관이 자리한다. 이곳 미술관에는 해설사가 없다. 작품 앞에 서서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는 것이 관람 방식이다.
베네세하우스 미술관 중앙에는 브루스 나우먼의 네온 설치작품 ‘100 Live and Die’가 서 있다. ‘Run and Die’, ‘Laugh and Live’ 같은 문장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삶과 죽음 사이의 선택을 묻는다. 베네세하우스 내부는 호텔객실도 함께 있다.

지추미술관은 특히 강렬하다.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이 만들어내는 절제된 공간이 미술관 전체를 지배한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제임스 터렐의 ‘오픈 필드’. 이 방에 들어서면 텅 빈 공간에 계단과 붉은 벽이 기다린다. 안내자를 따라 계단을 오르고 마지막에 붉은 벽과 마주한다. 벽이라고 생각하고 멈추려는 순간 안내자가 조용히 손짓한다. “계속 가세요.” 벽인데 계속 가라고? 잠시 망설이다 한 발 더 내디딘다. 그 순간 다른 공간이 열린다. 붉은빛으로 가득한 텅 빈 방이다. 마치 다른 차원에 들어온 듯하다. 잠시 방향 감각이 흔들린다. 뒤를 돌아보면 이번에는 푸른 벽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때 깨닫는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공간의 착시를.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지추미술관 안에서는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도 만난다. 모네가 백내장을 앓으면서 색감과 형체가 변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미술관은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해 작품을 눈에 담을 수밖에 없다는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섬에는 한국 작가 이우환의 이름을 딴 미술관도 있다. 바다 쪽으로 거대한 아치 작품 ‘무한문’이 있고, 건물 입구에 놓인 두꺼운 철판과 바위의 조합이 이우환 공간임을 알려준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 안에 이우환의 회화와 설치 작품이 놓여 있다. 건축과 예술이 서로를 설명하는 공간이다. 미술관에는 ‘점에서’ ‘선으로부터’ ‘대화’ 등 이우환의 대표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섬을 떠나기 전 들른 미술관 겸 목욕탕 ‘I♥湯’도 독특하다. 뜨거운 물, 온천물 등을 뜻하는 ‘湯’는 ‘유’로 읽는다. 화려한 타일과 조형물이 가득한 이곳은 동시에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목욕탕이기도 하다. 예술과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섬이다.

■ 자연의 섬, 쇼도시마
나오시마가 예술로 기억되는 섬이라면, 쇼도시마는 풍경으로 기억되는 섬이다. 시코쿠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세토내해의 자연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 가운데 하나다. 도노쇼항에 들어서면 한국인 최정화 작가가 만든 조형물 ‘태양의 선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섬에는 올리브가 유명하다. 지중해성 기후 덕분이다. 올리브 공원 언덕에 서 있는 풍차는 섬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무대가 된 장소로, 관광객들이 빗자루를 들고 점프하며 인증샷을 남기는 곳이다.

칸카케이 계곡을 오르는 로프웨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면 세토내해가 한눈에 펼쳐진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이 겹겹이 이어지며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로프웨이 양쪽으로 기암괴석이 이어지며 이곳이 왜 일본 3대 계곡으로 불리는지 보여준다. 썰물 때만 길이 열리는 엔젤로드도 유명하다. 모래톱으로 이어진 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리쓰린공원과 신사 고토히라구
도시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 같은 일이다. 리쓰린공원은 약 23만 평 부지에 조성된 일본 정원이다. 6개의 연못과 13개의 작은 산이 어우러져 풍경을 만든다. 수백 년 동안 다듬어진 소나무들은 거대한 분재처럼 정교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공원에는 ‘일보일경’이라는 별명이 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풍경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연못 위에서는 전통 배 와센을 타고 뱃놀이를 즐길 수 있다. 공원 내 기쿠게쓰테이 다실에 앉아 말차를 마시며 호수를 바라보면,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앉아 있고 싶어진다. 더할 나위 없는 힐링카페다.

일본인들이 평생 한 번은 찾는다는 신사 고토히라구도 빼놓을 수 없다. ‘곤피라상’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신사다. 본궁까지 이어지는 785개의 계단은 쉽지 않지만, 그 길을 오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순례처럼 느껴진다.

신사 입구 온천 거리에는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이어지고, 전통주 양조장 ‘긴료노사토’도 자리한다. 우동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우동 학교도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Info.] 에어부산 부산-다카마쓰 신규 취항
다카마쓰는 도시 자체보다 주변 풍경과 함께 완성되는 곳이다. 세토내해는 바다라기보다 섬으로 이루어진 풍경이다. 그리고 그 풍경으로 들어가는 문이 다카마쓰다. 항구에서 배를 타면 세토내해의 섬들이 이어지고, 도시 안에서는 일본 정원과 역사적인 신사가 여행의 깊이를 더한다.
인천에서는 하루 두 차례 다카마쓰행 직항이 뜬다. 하지만 부산·경남 여행자들에게는 접근이 다소 불편했다. 마쓰야마를 거쳐 버스로 두 시간가량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4월부터 상황이 달라진다. 에어부산이 부산-다카마쓰 직항 노선을 주 3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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