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새로운 성장 공식을 준비하라 | [커버스토리] AI 만난 여행산업, 고용 없는 성장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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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실적은 돌아왔지만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②채용·퇴직 동시에 둔화, '역피라미드 구조' 고착화?
③AI 시대, 새로운 성장 공식을 준비하라

회사는 ‘혁신’, 직원은 ‘불안’…같은 AI, 다른 셈법
AI 확산에 대한 국내 대형 여행사들의 공식 입장은 지금까지 신중하다. 하나투어·모두투어 등 주요 대형사 모두 AI 도입 전후의 생산성 변화를 전사 단위 데이터로 추적·관리하는 시스템은 갖추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AI 활용 사례를 대외적으로 알리면서도, 이를 인력 운영 전략과 직접 연결하는 데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모두투어 홍보실 관계자는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영역이 많다”며 “AI 기술 도입은 인력 투입 규모의 변화보다는 업무의 정확도를 높이고 고객 응대 속도를 개선하는 등 운영의 질적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단순한 기술 도입이나 비용 절감의 수단이 아닌, 고객 경험 중심의 서비스 혁신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내부 IT 조직과 외부 파트너사 협업을 통해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며, 프로젝트 성과를 통합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 최적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코로나19 시기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직접 겪었던 만큼 AI 확산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깔려 있다. 한 여행사 직원은 “수년 전 이미 대규모 인력 감축이 진행됐던 터라 지금 당장 위협을 느끼진 않는다”면서도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여행업 특성상 운영에 필요한 인력의 하한선이 있다는 인식은 있지만, AI가 그 하한선을 어디까지 끌어내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신입 채용이 줄어드는 한편, 과거 신입이나 하위 직급이 맡아왔던 반복 업무를 상위 직급 직원이 AI를 활용해 직접 처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타이핑 몇 번에 AI가 해당 업무를 훨씬 잘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다 보니 새 인원을 뽑을 필요성을 현장에서 점점 덜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AI를 잘 활용하는 직원 한 명이 과거 여러 명이 나눠 맡던 일을 처리하는 구조가 점차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형사의 공식 입장은 ‘구조조정은 아니다’이지만, 신규 채용 축소와 업무 구조 변화라는 방식으로 인력 구조가 서서히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회사와 개인 모두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형사는 시스템, 중소사는 막막함…벌어지는 온도차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업계 전반에서 동일하게 체감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여행사들이 시스템 구축과 데이터 인프라 투자를 통해 AI 전환을 준비하는 동안, 중소 여행사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크게 다르다. 본사 직원 30인 내외의 투어민 여행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AI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은 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막상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선다”고 말했다. 여행지 숙소 컨디션이나 현지 프로모션은 매 분기마다 빠르게 달라지는데, 결국 직접 가서 사람의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현장 출장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며 “아직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영세 업체일수록 상황은 더 현실적이다. 5인 미만 소형 여행사들이 활용하는 AI는 문서 작성이나 번역, 홍보 문구 초안 작성 등 범용 생성형 AI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소형 여행사 대표는 “AI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온도차는 투자 여력과 조직 규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대형사는 자체 시스템 구축이나 외부 기술 기업과의 협업이 가능하지만, 중소 여행사는 당장 눈앞의 영업과 운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여행사들이 자체 AI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며 기술 투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들은 “AI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중소 여행사들의 솔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AI 전환이 산업 전반의 화두가 된 지금, 준비 수준과 체감 속도의 격차는 결국 여행사 간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성 산업의 마지막 방어선…사람의 자리는 어디까지인가
대형사와 중소 여행사 모두 다른 속도로 AI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AI 시대에 여행업에서 사람의 역할은 어디까지 남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여행업이 AI 대체에 비교적 둔감했던 이유 중 하나는 ‘여행은 감성 산업’이라는 인식이었다. 현지 경험을 녹인 상품 기획과 고객 취향을 읽는 큐레이션은 기계가 쉽게 따라오기 어렵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경계도 점차 흐려지고 있다. 생성형 AI는 여행 일정 초안 작성, 홍보 콘텐츠 제작, 개인화 추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AI 고객센터 역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아직 사람 상담원을 선호하는 고객이 적지 않지만, 한 업계 관계자는 “사람 상담원 못지않게 정교하게 응대하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AI가 잘 짜인 일정표를 만드는 것과, 고객이 그걸 보고 ‘이거다’ 싶은 감각을 만드는 건 다른 문제”라고 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도 “AI가 반복 업무를 줄일 수는 있지만, 여행 상품의 기획과 감성적 설계까지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며 “사람의 역할은 남고, 다만 그 성격이 달라질 뿐”이라고 말했다. 결국 AI 시대의 여행업은 ‘사람이 사라지는 산업’이라기보다 ‘사람의 역할이 재정의되는 산업’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단순 상담이나 반복 업무는 점차 자동화되겠지만, 여행 경험을 설계하고 고객의 취향과 감정을 읽는 영역에서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 업종의 사례는 하나의 참고점이 된다. 금융권에서는 AI 도입 이후 단순 창구 업무가 줄었지만, 자산관리·상담 등 고부가가치 영역의 전문 인력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의료 분야에서도 영상 판독 등 일부 업무는 AI가 보조하되, 환자와의 소통과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의료진의 몫으로 남아 있다. 여행업 역시 AI 전환을 위협이 아닌 업무 고도화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반복 업무를 AI에 넘기고 사람은 기획력과 감성 큐레이션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실적은 돌아왔지만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은’ 현실에서, 여행업이 찾아야 할 새로운 성장 공식은 결국 사람과 AI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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