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헌의 관광 시론]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으로 가기 위한 조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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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BTS의 컴백과 한식 등 K-Culture의 매력도 상승과 함께 외국인 방한 관광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한국 관광산업은 외형적으로 다시 활력을 되찾는 듯 보인다. 그러나 현장 안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다르다. 낮은 수익성, 지역 간 격차, 출혈 경쟁과 같은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깊게 누적되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관광객 증가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질적 전환이다. 관광은 수출과 내수를 함께 견인하는 대표 서비스 산업으로, 고용과 지역경제, 문화와 도시재생 전반에 걸쳐 폭넓은 파급효과를 가진 국가 기간산업이다. 그런데도 정책은 여전히 행사 중심, 단기 성과 중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얼마나 많이 유치하는가를 넘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우선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 여러 부처에 흩어진 관광정책으로는 유기적 전략 수립이 어렵다.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 직속의 관광·MICE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중장기 전략과 예산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체계를 갖춰야 한다. 예산 구조도 행사 중심에서 생태계 강화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단기 프로모션보다 지역 인프라, 스마트 관광, 인력 양성,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 구조 기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기업들이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다년도 패키지 지원도 고려할 만하다. 인력 정책의 근본적 재구조화도 필요하다.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은 관광학과 학생들이 업계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다. 표준근로조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근로환경을 갖춘 기업에 세제·금융 인센티브를 부여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인력 역시 단순노무 중심에서 벗어나 관광·MICE·호텔 전문 인재로 폭을 넓혀야 한다.
데이터 기반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도 시급한 사안이다. 여전히 많은 정책이 직관이나 관성에 의존해 설계되고 있다. 체류 동선, 지역별 수용력, 콘텐츠 성과 등을 통합 분석하는 국가 관광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중앙·지자체·민간이 공동 활용한다면 예산 중복과 비효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관광정책을 친환경·포용·안전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오버투어리즘과 환경 훼손, 지역 갈등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한다. 탄소중립 관광 기준과 책임여행 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는 지자체와 기업에 차등적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
지자체는 오랫동안 축제와 대형 행사 유치 중심의 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유사한 행사 난립과 인프라 부족으로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지역을 단순한 이벤트 개최지가 아니라 지속적 체류와 소비가 가능한 생활·문화 플랫폼으로 바꿔야 한다. 각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핵심 테마와 타깃을 분명히 설정하고, 골프·웰니스·의료관광 또는 MICE·도시관광·야간관광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지역 스타트업과 사회적 기업, 청년 창업자와 연계해 지역 콘텐츠와 상권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자체는 규제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조정자·촉진자로 전환해야 하며, 공유숙박, 교통, 소음, 축제 등 다양한 현안에서 주민과 업계 간 합리적 합의를 이끄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만으로 산업의 질적 도약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업계 스스로 단기 수수료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테마여행, 기업 인센티브 투어, K-문화·스포츠·의료와 결합한 융합상품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디지털 역량 강화와 서비스 품질 제고 역시 생존 조건이다. 또한 관광업의 저임금·저숙련 이미지를 줄이기 위해 업계가 인재 개발에 투자하고, 공정한 보상과 경력 개발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관광대학과의 산학협력 확대, 현장 기반 교육 강화는 산업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과제다.
관광은 단일 주체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산업이 아니다. 중앙정부는 전략과 제도, 지자체는 공간과 거버넌스, 업계는 상품과 서비스의 혁신을 담당하며, 여기에 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신뢰가 더해질 때 비로소 건강한 생태계가 구축된다. 한국 관광산업은 양적 회복에서 질적 도약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시기를 놓친다면 다시 저가·저부가가치 구조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 바로 지속 가능한 관광생태계로 전환해야 할 골든타임이며, 정부·지자체·업계의 결단 있는 선택과 실행이 그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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