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헌의 관광 시론] 관광사업, 이제는 ‘실행 감리’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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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컨벤션학과

우리 관광산업은 이제 단순한 홍보와 이벤트의 영역을 넘어섰다. 지역 경제의 근간이고 산업 생태계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을 관광 공모사업에 투입하며 장밋빛 미래를 설계한다. 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차갑다. 기획은 날로 화려해지지만, 정작 결과물은 기획 의도와 동떨어진 부실한 상태로 마침표를 찍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현상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계획 단계에서는 당장이라도 세상을 바꿀 듯한 ‘호랑이’를 그려놓고,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초라한 ‘고양이’가 앉아 있는 악순환. 이 부조리의 핵심 원인은 사업의 시작부터 끝까지 품질과 공정, 성과를 전문적으로 관리·감독할 ‘감리 제도의 부재’에 있다.
현재의 관광 공모사업 구조는 심사와 선정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엄격한 서류 심사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사업자가 선정되면, 그 순간 정책적 관심은 급격히 식는다. 이후의 과정은 담당 공무원이나 공기관 직원의 행정적 점검이나 폼만 잡는 형식적인 중간·결과보고회 후 제출이 전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공공기관의 순환보직 시스템은 담당자의 전문성 축적을 가로막고, 과중한 업무는 세밀한 현장 점검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수행기관은 당초 약속했던 혁신적 아이디어가 예산 부족이나 실행 난이도를 핑계로 축소되어도 적당히 ‘예산 집행률’만 맞추면 면죄부를 받는다. “돈은 썼지만 성과는 없다”는 비판이 매년 반복되는 이유다.
건설·토목 분야에서는 수억 원짜리 작은 건물 하나를 지어도 법적 감리가 필수다. 감리비는 전체 공사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설계 준수와 안전, 품질을 100% 보장받는다. 관광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수십억 원이 투입되는 관광단지 조성, 축제 운영, MICE, 디지털 전환 사업은 지역 브랜드의 명운을 결정짓는 소프트웨어적 건설이다. 그런데도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없다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관광사업에도 ‘PM(Project Management)형 감리제도’를 도입해 질적 성과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제는 비판을 넘어 실무적인 대안을 실행해야 할 때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개선안을 권고한다. 첫째, 관광사업 예산 내 ‘품질관리비(감리비)’ 편성을 의무화해야 한다. 최소 3억 원 이상의 관광 개발, 축제, 마케팅 사업에 대해 전체 예산의 1~2%를 별도의 감리비로 책정하자. 이는 추가 지출이 아니라, 98%의 예산이 100%의 효과를 내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보험이다. 둘째, 단순 감독을 넘어선 ‘실행 컨설팅’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관광 감리는 단순한 감사(Audit)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획-진행-완료 전 과정에서 전문 감리인이 투입되어 방향성을 점검하고,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러닝 메이트’ 역할을 해야 한다. 감리 결과에 따라 차기 사업 참여 제한이나 인센티브 부여 등 강력한 피드백 루프를 구축해야 한다. 책임도 함께 지도록 하자. 셋째, 분야별 전문 감리인 양성과 제도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관광기획, 축제, ICT, MICE 등 분야별로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풀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관리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역지자체는 연간 5억 원 이상의 대형 사업부터 시범 도입하여 데이터를 축적하고, 향후 ‘관광사업 감리 및 실행관리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관광산업은 더 이상 일회성 행사 중심의 산업이 아니다. 지역 경제에 돈이 돌게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방문객의 재방문을 이끄는 정교한 ‘산업 생태계’다. 이 생태계를 지탱하는 힘은 화려한 기획서가 아니라, 약속한 바를 끝까지 지켜내는 ‘실행의 품질’에서 나온다. 누군가는 감리제도가 규제가 될 것이라 우려할지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혁신은 투명하고 엄격한 관리 속에서 꽃핀다. 이제는 호랑이를 그리겠다고 공언하고 고양이를 내놓는 무책임한 관행을 끝내야 한다. 관광 프로젝트 감리제도는 대한민국 관광산업이 전략과 실행이 일치하는 선진국형 산업으로 도약하는 골든타임을 확보해 줄 것이다.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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