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석의 ‘골프, 여행이 되다’] 두 개의 골프장, 두 개의 감정…풍경을 품은 타이시, 기억을 품은 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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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호쾌함 사이에서 만난 오사카·나라 골프 여행기
일본 오사카·나라 글·사진=안인석 기자(부산경남지사 취재본부장)
busanguy@traveltimes.co.kr


골프 여행은 단순한 스포츠 일정이 아니다. 새로운 코스를 밟는 설렘, 낯선 풍경 속에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순간이 여행 이후에도 오래 기억되는 이야기가 된다.
오사카와 나라를 연결하는 간사이 골프 여행길에 올랐다. 오사카의 타이시CC와 나라의 코마CC. 불과 한 시간 남짓한 거리지만, 두 골프장은 라운드의 결을 완전히 달리했다. 하나는 감성과 풍경의 코스였고, 다른 하나는 장대한 스케일 속에서 사람과 순간의 의미를 깊게 새기게 한 코스였다.

■ 자연의 품에 포근히 안긴 감성 코스 | 타이시CC
타이시CC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포근함이었다. 코스 전체가 산자락의 품 속으로 부드럽게 파묻힌 듯한 형태로 거대한 자연이 골퍼를 감싸 안는 듯했다.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길은 숲길 산책로처럼 고즈넉하고, 바람이 귓가에 머물며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혔다.
코스는 페어웨이가 좁은 대신 전장이 짧았다. 샷의 방향성과 정확도에 집중하도록 요구하는 전략적 설계였다. 눈으로 보기엔 아기자기하지만 조금만 방향이 틀어지면 공은 경사면을 타고 굴러 내려가 순식간에 다음 샷의 난이도가 높아진다. 산악형 코스의 긴장감과 짧은 홀 구성의 리듬이 조화롭게 섞여 있었다.


전체 18홀 중 인상 깊었던 곳은 아웃코스 5번(파3)홀이다. 홀 입구에 일본 전통가옥 형태의 그늘집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고, 그 주변으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 여러 그루가 서로의 색을 받쳐주듯 서 있다. 그 아래를 흐르는 개울은 옆 홀과 자연스럽게 경계를 만들었다. 단풍잎은 바람에 흔들리며 천천히 떨어져 개울물을 따라 넘실거렸다.
개울은 홀 쪽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넓어져 그린 앞을 가로지르는 제법 큰 호수가 된다. 잔잔한 수면 위로 잔디와 나무, 하늘의 색이 겹겹이 비치며 한 장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만든다. 짧은 아이언 하나를 쥐고 조용히 서 있는 시간. 공이 날아가는 몇 초 동안 바람도, 풍경도, 마음도 모두 멈추는 듯 느껴졌다. 볼이 그린 위에 멈춰서는 순간, 온그린의 기쁨보다 풍경의 여운이 더 크게 남았다.
홀 아웃 후 카트를 타고 이동하려다 자연스럽게 뒤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된다. 호수의 반짝임과 단풍의 붉은 울림, 전통 그늘집의 고요한 존재감이 라운드의 기억을 깊게 각인시켰다. 골프가 감성의 스포츠임을 조용히 일깨워준 곳. 타이시CC는 풍경이 스윙보다 오래 남는 골프장이었다.

■ 스윙의 해방감, 그리고 더 깊은 이야기 | 코마CC
코마CC는 동·서·남 3개 코스 총 27홀 규모의 명문 회원제 골프장이다. 넓고 시원하게 뻗은 페어웨이와 길게 이어진 전장이 특징이다. 구릉 지형을 살린 코스 구성 덕분에 홀마다 풍경과 난이도가 달라져, 긴장과 설렘이 반복되는 라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첫 티잉그라운드에 서는 순간부터 타이시CC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넓게 펼쳐진 페어웨이, 길게 뻗은 전장, 탁 트인 시야와 높은 하늘. 드라이버를 손에 쥐기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라운드 내내 호쾌한 샷의 손맛을 즐길 수 있는 구성, 말 그대로 남성적인 코스의 전형이다.

그러나 코마CC의 진짜 매력은 스윙의 쾌감보다 더 깊은 곳에 있었다. 이 골프장이 탄생한 이야기 때문이다. 코마CC는 1980년대 일본에서 재일교포 기업인들이 직접 설립한 골프장이다. 당시 일본의 다수 회원제 골프장은 재일교포의 입장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들은 골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차별의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그때 재일교포 기업인들이 결심했다. “우리 손으로, 우리 골프장을 만들자.”
힘을 모아 자금을 모으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게리 플레이어에게 설계를 맡겨 골프장을 완성했다. ‘코마(Koma)’는 고려(高麗)의 일본식 발음에서 따온 것이다. 정체성과 자존,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골프장 내 그늘집이 우리 전통의 팔각정 모양인 것도 이런 연유다. 2022년 신한동해 오픈이 이곳에서 열렸다.

코마CC의 탄생 배경 하나만으로도 이 골프장은 ‘라운드를 넘어 기억을 품은 공간’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라운드 중 가장 인상깊게 남은 장면은 동코스 8번홀(파5)에서였다. 세컨샷까지 마친 뒤 동반자와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따뜻하게 내려앉고, 페어웨이는 길게 펼쳐져 있었다. 그 순간, 뒤에서 또 다른 동반자가 슬며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넓은 페어웨이 한가운데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서두름도, 경쟁도, 욕심도 없는 순수한 시간의 흐름이었다.
그 사진 한 장이 말했다. “골프는 결국, 누구와 함께 걷는가의 이야기다.”
점수도, 기록도, 스윙의 완성도도 그 순간만큼 오래 남지 않았다. 진짜 골프는 공을 치는 시간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걷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 장면이었다. 역사와 사람이 만나는 코스. 코마CC는 그런 골프장이었다.

코마와 타이시가 분위기와 감정의 결은 서로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그린의 난이도였다. 두 골프장의 그린은 스피드가 상당히 빨라 평소보다 훨씬 섬세한 터치와 라인 읽기가 요구됐다. 언뜻 보기에는 언듈레이션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막상 퍼팅에 들어서면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경사와 높낮이가 숨어 있다. 한 번의 방심이 곧바로 2~3타 손실로 이어지는 냉정한 그린. 잔디 결 하나의 방향까지 읽어내야 하는 수준의 정교한 관리. 완벽에 가까운 잔디는 골퍼에게 가장 공정하면서도 가장 냉정한 시험대였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머니’라는 격언처럼 결국은 퍼팅이 스코어를 결정지었고, 라운드 내내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되었다. 이 두곳을 소유한 히라카와상사의 해외영업 담당 마틴 리 부장은 “코스 관리에만 연간 1억5,000만엔을 들인다”며 “페어웨이와 그린의 상태는 최상급이라고 감히 자부한다”고 밝혔다.

두 골프장은 그린 위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관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코어에 집중하던 순간들조차, 라운드가 끝난 뒤 돌아보면 결국 풍경과 사람, 그리고 감정이 더 오래 남았다. 타이시CC는 풍경이 나를 멈추게 했고, 코마CC는 사람이 나를 멈추게 했다. 골프는 스코어의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억과 관계의 스포츠다. 간사이 골프 여행은 골프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따뜻한 여정이었다.
■ [Info] 교통편과 식사
간사이 지역은 한국 골퍼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은 일본 골프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오사카와 나라를 중심으로 골프장 밀도가 높고, 명문 코스가 다수 자리하고 있어 2박3일 또는 3박4일 일정으로 충분히 만족도 높은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특히 간사이는 12월 중순까지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오사카의 타이시CC와 나라의 코마CC를 묶으면 공항–골프장–숙소 동선이 효율적인 점이 큰 장점이다. 간사이국제공항에서 타이시CC까지는 차로 50분 정도 소요된다. 타이시에서 코마까지는 40분. 숙박은 오사카나 나라 지역 호텔을 이용하면 된다. 굳이 중심가를 가지 않아도 가성비 높은 숙고가 많다. 차로 40~50분 거리다.

코마CC는 골프장 안에 10개의 룸이 있는 골프텔을 운영한다. 재일교포들이 만든 골프장답게 클럽하우스 메뉴에 한식이 포함되어 있다. 육개장과 돌솥비빔밥이 있으며 아침에는 곰탕이 추가된다. 만찬은 일본식 외에도 삼겹살 정식과 삼겹살 나베가 있다. 한국인 셰프가 있어 메뉴를 계속 개발 중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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