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박사의 항공 트렌드] ⑦ 정산의 재정의, 가치 배분(Value Allocation)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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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티켓 중심 환경에서 정산은 비교적 단순한 문제였다. 항공권이 팔리고 운송이 완료되면 참여한 항공사들이 운임을 나누면 됐다. 인터라인도 코드쉐어도 본질은 같았다. 누가 어느 구간을 운항했는가를 기준으로 운임을 분배하는 일이었다. 구간별 쿠폰이라는 공통 화폐가 있었기에 가능한 구조였다.
오더 기반 환경에서는 정산의 대상 자체가 바뀐다. 거래의 중심이 운임(Fare)에서 고객이 구매한 가치(Value)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더 이상 단일 운송 서비스가 아니다. 하나의 거래 안에 여러 서비스와 계약 조건이 공존하고, 각 가치는 서로 다른 기준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정산의 목적이 ‘금액 분배’에서 ‘가치 배분’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같은 100만원 거래라도 질문이 달라진다. 과거의 질문은 “누가 얼마의 운임을 가져가는가”였다. 앞으로의 질문은 “어떤 가치가 창출되었고, 그 가치에 누가 기여했는가”다.
복잡성은 여기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항공사가 출장수요를 겨냥하여 ‘출발 24시간 전까지 무료 변경이 가능하고, 변경을 사용하지 않으면 마일리지를 추가 적립해 주는 프리미엄 유연성(Flexibility) 오퍼’를 내놓았다고 하자. Revenue Management (RM)에게는 전환율을 높이는 상품 전략이지만, Revenue Accounting(RA) 에게는 전혀 다른 숙제다. 100만원 중 얼마가 운송의 대가이고 얼마가 변경 권리(Change Right)의 가치인가. 고객이 변경 권리를 끝내 쓰지 않았을 때 추가 마일리지 비용은 어떻게 인식하는가. 상품은 하나지만 그 안에는 복수의 계약적 권리와 의무가 들어 있다. 운임 규칙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같은 서비스라도 판매 채널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고, 제휴 계약에 따라 수익 배분이 달라지며, 환불·변경 조건에 따라 회수 금액이 달라진다. 이 조건들이 충돌하거나 누락되면 그 차액은 어디에도 귀속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정산 누수(revenue leakage)다. 중요한 건, 이 누수가 거래가 끝난 뒤가 아니라 가격이 생성되는 판매 순간에 이미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입관리의 역할이 바뀐다. 전통적 수입관리는 거래가 끝난 뒤 금액을 계산하고 차이를 조정하는, 사후 검증에 가까운 기능이었다. 그러나 가격이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고객마다 조건이 다른 환경에서는 사후 처리만으로 부족하다. 수입관리는 거래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수익 구조를 통제하는 기능으로 이동한다.
오퍼 기반 환경에서는 상품 설계 단계부터 수익 귀속 방식과 정산 규칙이 함께 정의되어야 한다. RM이 아무리 매력적인 상품을 설계해도, RA가 그것을 수익으로 인식하고 정산할 수 없다면 그 상품은 시장에 존재할 수 없다. 가격 전략과 정산 구조는 더 이상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거래 설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여기까지가 한 항공사 내부의 문제라면, 더 어려운 질문은 거래에 여러 당사자가 얽힐 때다. 과거의 인터라인 정산은 쿠폰이라는 공통 화폐 위에서 작동했다. 구간별 쿠폰이 있었기에 “누가 어디를 날랐는가”로 운임을 쪼갤 수 있었다. 그러나 오더 기반 환경에는 쿠폰이 없다. 운송·부가서비스·변경 권리·제휴 혜택이 뒤섞인 하나의 가치 묶음을 놓고, 항공사·파트너·판매 채널이 각자의 기여분을 무슨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 더 이상 운항 구간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문제다. 가치 배분은 한 거래 내부의 분해이자, 동시에 여러 당사자 사이의 배분이라는 이중 과제가 된다.
결국 미래의 수입관리는 “수익이 어떻게 배분되어야 하는가”를 설계하는 기능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회계 부서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쿠폰 기반 운임 분배를 전제로 만들어진 기존 정산 인프라(BSP와 배분 체계) 자체가 가치 배분 모델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산의 재정의는 곧 정산 인프라의 재설계를 요구한다. 그 속에서 수입관리 시스템은 단순한 회계 도구를 넘어, 항공사의 수익 구조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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