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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의 관광 시론] 어느 노교수의 뜨거운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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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어느덧 대학 캠퍼스에 방학이라는 고요한 시간이 찾아왔다. 매년 여름과 겨울, 두 번이나 찾아오는 긴 방학 덕분에 대학교수라는 직업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마음껏 쉬고 여행도 다닐 수 있겠다고들 하지만, 사실 겉으로 보이는 한가로움 뒤에는 다음 학기를 향한 치열한 사투가 숨겨져 있다. 방학은 학문적 갈증을 채우고 변화하는 산업 현장을 발로 뛰며 미래를 설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충전의 기회이지만, 동시에 또 다른 형태의 학교 업무가 연속되는 치열한 생존의 시간이기도 하다.

방학이 시작되면 연구실은 오히려 더 뜨거워진다. 내가 교수로 임용되고 처음 5년 동안은 방학이 쉬는 시간이 아니라, 조용한 연구실에서 고독하게 지식의 바다를 항해하는 시간이었다. 묵묵히 노트북을 마주하고 파고들었던 그 시간이 내가 60년 평생 살아오며 쌓은 것 이상의 질적이고 양적인 지혜를 축적하게 해주었다고 자평한다. 특히 지방대학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방학은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과를 알리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과 수시로 상담을 이어가야 하는 분주한 일상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체 문을 두드리며 우리 학생들의 취업 자리를 알아보고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기회라도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소중하고도 절박한 시간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강의 자료를 만드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교육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서비스업이다. 이론을 넘어 새롭게 변화하는 관광·마이스 트렌드와 소비자 행동의 변화, 현장의 생생한 ‘베스트 프랙티스’ 사례를 담아내는 작업은 여전히 교수의 몫이다.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전달하기 위해 고독하게 고민하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나의 방학은 작년부터 한층 더 깊고 무거워졌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네팔 등 다양한 국가에서 찾아온 외국인 유학생들을 전담하며 일주일에 10시간씩 낯선 영어 강의를 진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국가에 대한 기본 이해와 현지 관광산업의 현황을 빠짐없이 공부해야 한다. 완벽한 강의 자료를 준비해 언어의 장벽을 최소화하려는 마음에, 냉방마저 끊긴 텅 빈 학교 연구실에서 낡은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방학의 절반 이상을 보낸다. 땀방울이 맺히는 더위 속에서도 다음 학기 교실을 가득 채울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떠올리면 이 묵묵한 수고로움은 이내 숭고한 사명감으로 바뀐다.

나는 유학생들에게 단순히 관광·마이스 이론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헌신적인 교육열과 향학열이 있었음을 강조한다. 과거 낯선 타국에서 접시를 닦고 건물 청소를 하며 주경야독하던 우리 선배 유학생들이 귀국하여 조국 발전에 기여했던 그 뜨거운 역사를 들려준다. 발전된 한국의 관광·마이스 현장과 세계적인 트렌드 변화를 가르치며, 현장 실습과 의전 매너, 마케팅 실무 등을 집중적으로 전수한다. 이들이 한국에서 배운 지식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고국에 돌아가 성공적인 리더로 성장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알리는 영원한 홍보대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마냥 희망만을 이야기하기엔 우리 관광·마이스 산업이 마주한 현실이 몹시 무겁다. 국내 젊은 세대들은 서비스업인 관광·마이스 현장 취업을 갈수록 꺼리고, 관련 학과로 진학하려는 의지도 시들해지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가파른 집값 상승은 학생들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았다. 치열한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며 긴장하는 삶 대신, 어느 곳에서 일하든 비슷한 임금을 받는다면 차라리 덜 힘들고 개인의 삶을 즐기는 욜로족의 길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현장의 경영자들은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정작 현장으로 향하려는 학생은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 곁에 온 30만 명의 외국인 유학생은 훌륭한 대안이자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소망은 졸업 후 한국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다. 4년간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익힌 이들은 본국의 우수한 엘리트들로, 사고력과 지식, 환경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다. 우리 내국인 학생들이 잠시 비워둔 관광·마이스와 호텔 서비스 현장에 이들이 정착할 수 있다면, 극심한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차갑다. 유학생들이 우리 업계에 정착하기 위한 제도적 장벽은 여전히 높고, 산관학 협력도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리 관광산업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고 세계적인 관광 목적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귀중한 인적 자원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적극적인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 다가올 인력 부족 사태를 대비하여 정부와 학계, 그리고 업계가 다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두 달의 방학이 지나면 캠퍼스는 다시 젊은 활기로 가득 찰 것이다. 요령 없는 늙은 교수는 이번 여름에도 무더운 연구실을 지키며 묵묵히 교재를 개발하고 여기저기 학생들의 취업을 부탁하러 다니느라 땀을 흘릴 것이다. 교수의 방학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씨앗을 뿌리는 가장 뜨거운 노동의 시간이다. 우리 관광·마이스 산업의 내일이, 그리고 국경을 넘어 찾아온 우리 유학생들의 미래가 찬란하게 꽃피우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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