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여행 넘어 경영 인프라로…여행기업 ESG의 진화, 한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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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이 ‘친환경 활동’의 범주를 벗어나 경영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여행업계의 지속가능경영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봤다.
■ ‘활동’에서 ‘경영’으로…보고서로 체계화
변화는 최근 국내 여행기업들이 잇따라 내놓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하나투어는 2024년부터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해 올해로 3년째 ESG 전략과 성과를 공개했고,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6월, 비상장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는 7월 각각 창사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냈다.
2021년을 전후해 국내 여행업계에서 ESG가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른 이후 약 5년 만의 변화다. 당시에는 친환경 여행상품과 자원 재활용, 페이퍼리스, 사회공헌 등 개별 실천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제는 이를 기업의 경영전략과 리스크 관리 체계 안에서 다루고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이 ‘무엇을 했는가’를 보여주는 단계에서 ‘무엇을 관리하고 얼마나 성과를 냈는가’를 따지는 단계로 구체화된 셈이다.

■ 사업 따라 다른 ESG…상품부터 데이터보안까지
여행사와 OTA 안에서도 사업구조에 따라 중점을 두는 분야는 달랐다. 하나투어는 지속가능한 여행상품을 기획할 때 SAF 사용에 참여하는 항공사, 저탄소 교통수단, 친환경 인증 숙소,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숙소, 생물다양성 보전 프로그램, 지속가능 관광지 등 9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여행사가 판매하는 ‘여행의 방식’까지 관리 대상으로 넓힌 셈이다. 2026~2027년에는 상품 판매에서 발생하는 Scope3 배출량 일부를 측정하고, Scope1·2를 합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2026~2027년 13%, 2031~2035년 47%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cope1은 기업의 직접 배출, Scope2는 전력·열 사용에 따른 간접 배출, Scope3는 상품·협력사·운송 등 가치사슬 전반의 기타 간접 배출을 의미한다.
플랫폼 기업인 여기어때는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여기어때는 기후변화 영향 관리와 지속가능한 여행 확산뿐 아니라 파트너 성장 지원, 고객 경험 향상, 개인정보 보호·데이터 보안, 윤리경영 등을 포함한 8개 중대 이슈를 선정했다. OTA의 지속가능성을 숙박 등 입점 파트너와의 관계, 이용자 정보와 플랫폼의 신뢰까지 아우르는 경영 과제로 본 것이다. 롯데관광개발은 이중 중대성 평가를 통해 기후변화, 지역사회 상생, 인권을 3대 핵심 과제로 삼았다. 제주 드림타워 등 대규모 관광시설을 운영하는 만큼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 대비 21% 줄이고, 제주에서는 해녀문화 보존과 노포 기록 등 지역문화 보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 글로벌 OTA, ‘착한 선택’ 유도
글로벌 OTA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공급자와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는 단계로 나아갔다. 트립닷컴은 지속가능성 인증 숙소에 ‘Certified Sustainable’ 표시를 제공하고, 일부 철도 상품에서는 자동차 대비 탄소 배출량을 비교해 보여준다. 전기차 렌터카 선택도 지원한다. 익스피디아그룹은 2025년 표시 가능한 제3자 지속가능성 인증을 10개에서 68개로 확대해 인증 숙소가 약 50% 늘었고, 항공권에는 ‘Travel Impact Model’을 적용해 상대적으로 배출량이 적은 항공편을 비교하도록 했다. 친환경 숙소와 전기차 충전시설, 전기·하이브리드 렌터카를 찾는 검색 기능도 제공한다. 양사 모두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성과를 별도로 알리는 데서 나아가 예약 화면에서 더 지속가능한 상품이 보이고 선택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설계한 것이다.
부킹홀딩스는 공급자의 변화도 유도하고 있다. 부킹닷컴은 숙박업체의 제3자 지속가능성 인증 취득을 지원했고, 2025년 6만 곳 이상의 숙박 파트너가 관련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그 결과 플랫폼에 인증이 표시된 숙박업체는 2만3,000곳에서 2만8,000곳으로 22% 늘었고, 이들 숙소의 예약 객실 박 수는 1억 박을 넘어섰다. 결국 글로벌 OTA의 ESG가 자체 탄소 감축을 넘어 공급자의 변화와 소비자의 선택을 연결하는 플랫폼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 ESG, 현실과는 아직 간극 커
지속가능 여행상품이 당장 큰 매출을 내지 못해도 기업들이 ESG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있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기업평가, 자금조달, 글로벌 파트너십, 향후 공시 의무와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도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를 기업의 현금흐름, 자금조달 접근성, 자본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 다룬다. 결국 지속가능경영은 기업 전체의 리스크 관리와 미래 경쟁력을 평가받기 위한 경영 인프라로 성격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여행 현장과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국내 여행사들도 친환경·지역상생 여행상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지만 판매 규모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하나투어의 2025년 지속가능여행상품 이용객은 368명에 그쳤다. 향후 기획·판매 비중을 전체 상품의 1%에서 3%, 5%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대중적인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우면 일정과 선택에 제약이 생기고 가격도 높아지는 경우가 있어 대량 판매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별도의 ‘친환경 여행’을 만드는 데서 나아가 일반 상품에도 친환경 숙소와 저탄소 이동, 지역상생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가치 영역에서도 간극이 나타난다. 취재 과정에서는 여행사들의 취약계층 여행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 규모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한 대형 여행사의 최근 검색 자료에서는 상품이 없어 검색에 실패한 검색어 상위권에 ‘배리어프리’가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과 포용성이 ESG의 주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이동 약자를 위한 여행상품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곳도 아직 대형 여행기업과 플랫폼 소수에 집중돼 있어 기업별 온도차도 크다.
제도적 압력은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028년(FY27)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고 2029년 5조 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최종안을 확정했으며, 이를 위해 연내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2030년에는 2조 원 이상 기업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상당수 여행사는 직접적인 의무 공시 대상과 거리가 있다. 결국 여행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보고서 발간 자체보다 실제 상품과 서비스, 공급망, 여행자의 선택을 얼마나 변화시키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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