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Club Med Kiroro Grand) 눈이 사라진 자리, 키로로 그랜드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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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조회 24 댓글 0본문
홋카이도의 익숙한 모습은 겨울로 하얗다. 그래서 7월의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Club Med Kiroro Grand)는 낯설었다. 눈이 덮여 있어야 할 슬로프는 초록이었고, 그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그 사이로 흰 우유 아이스크림이 녹았다. 햇살은 강렬한데 바람은 선선했다. 클럽메드 삿포로 키로로 그랜드에서 나흘을 보내며 홋카이도의 여름을 만났다.

눈이 없는 산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는 아사리(Asari)산과 나가미네(Nagamine)산에 폭 안겨 있다. 겨울이면 세계 각지에서 파우더 스노우를 즐기러 온 투숙객들로 북적인다. 여름은 아직 겨울만큼 알려지지 않았지만, 덕분에 리조트를 여유롭게 누릴 수 있고 액티비티는 겨울 못지않게 빼곡하다.

홋카이도는 북쪽에 있어 한여름에도 더위가 한결 덜하다. 한국의 눅눅한 더위를 뒤로하자 선선한 바람이 온몸에 감겼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문을 열었을 때 훅 들어오는 시원한 공기 같았다. 겨울에는 뽀얀 얼굴을 보이던 산이 지금은 온통 초록이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같은 색이었다. 발밑의 잔디가 그랬고, 리조트를 둘러싼 숲이 그랬다.

초록을 가장 먼저 밟은 곳은 축구장이었다. 브라질 축구 선수 출신이자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을 지낸 지쿠(Zico)의 이름을 건 축구 캠프가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로 두 번째 시즌이고 8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캠프 초에는 지쿠 본인도 리조트를 찾았다. 1년 넘게 친구들과 취미로 풋살을 해왔는데, 이번에 기본기를 다시 배웠고 여러 나라 사람들과 함께 공을 차며 팀 스포츠의 매력을 다시 느꼈다. 무엇보다 풍경이 대단했다. 공을 따라가던 시선이 자꾸 축구장 너머로 겹친 능선에 머물렀다.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올 수 없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스포츠센터 앞 언덕에서는 마운틴보드 체험이 한창이었다. 바퀴 달린 보드로 잔디 위를 미끄러지는데, 스키나 보드가 그리운 사람에게 제법 훌륭한 대체재다. 언덕이 높지 않아 처음 타는 사람도 겁먹을 일이 없다. 그렇다고 시시하지도 않다. 잔디 위에서도 속도는 붙었다.
E-바이크를 타고 키로로 그랜드의 담장 밖으로 나갔다. 겹겹이 산이 포개지고, 잘 자란 옥수수밭이 정겨웠다. 길 양옆으로 나무가 늘어서고 내리막이 이어지자 왠지 모를 해방감까지 들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땀을 식히고 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순간은 청량했다. 전기의 힘을 빌리니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주 힘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어디서나 풍경 한가운데
홀드는 색색이고, 하늘은 파랬다. 리조트 외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안전줄에 의지해 벽을 오르는 사람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다. 어린아이도 곧잘 오르는 걸 보니 높아도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헬멧을 쓰고 하네스에 로프를 걸었다. 코스는 두 개. 손을 위로 뻗을 때마다 파란 벽 너머로 더 파란 하늘이 걸렸다. 아래를 보면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위를 보면 하늘밖에 없어서, 용기를 내 계속 올라갔다. 마침내 꼭대기의 종을 치고 하강하는 길에는 해냈다는 생각뿐이었다.
벽에서 내려온 몸을 이번엔 바닥에 앉혔다. 요가는 하루 네 차례 열린다. 아침 8시 선라이즈로 시작해 오전 11시 하타 아쉬탕가, 오후 3시 30분 트래디셔널, 오후 5시 호흡과 명상으로 이어진다. 이날 들어간 수업은 아쉬탕가(Ashtanga). 요가실은 실내지만 창이 커서, 매트에 앉아 동작을 하다 고개를 들면 잔디와 어우러진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요가 선생님의 낮은 음성을 듣다 보니 호흡도 차분해졌다. 동작은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니 개운했다. 몸을 접었다 펴는 동안에도 창밖 풍경은 계속 시야에 남았다.

몸을 쓰고 나면 물이 고파진다. 클럽메드 키로로 그랜드의 수영장은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문을 연다. 천장이 유리라 햇살이 그대로 물에 닿고, 굴절된 빛이 물빛을 더 투명하고 푸르게 만든다. 수면에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까지 담긴다. 몸을 데우고 싶다면 온천이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문을 연다. 실내탕과 노천탕으로 나뉘는데, 노천탕은 크지 않지만 대나무 울타리 너머로 키로로 그랜드 특유의 풍광이 펼쳐진다. 원천 100%로 철분을 함유한 나트륨·칼슘 염화물 황산염천이다. 물빛이 짙은 갈색인 건 그래서다.

낮과 다른 얼굴의 밤
밤 9시가 넘으면 리조트의 색이 공연장으로 모인다. 사흘 내내 공연이 달랐다. 리조트의 안전과 액티비티를 책임지는 G.O(Gentle Organizer)들이 꾸미는 무대다. 하루는 진지했고, 하루는 유쾌한 패러디로 웃음을 채웠다. 쇼가 끝나도 밤은 안 끝난다. 손님과 G.O가 섞여 림보를 하기도 하고, 가라오케 코너에서는 투숙객들이 저마다의 실력을 뽐냈다.

무대 위 낯익은 얼굴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체크인을 해준 사람은 공연장에서 멋진 춤을 선보였고, 사무실 안쪽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도 무대에 올라 능청스럽게 춤을 췄다. 숙박 중 만난 한 한국인 가족은 매년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충분히 쉬고 만족스럽게 돌아갈 수 있어서다. 늘 웃는 얼굴로 투숙객을 맞아주는 G.O들 덕분에 키로로 그랜드에서의 하루가 가는 게 아쉬웠다.

식탁 위의 작은 여행
올인클루시브(All-inclusive)의 하루는 식당에서 시작해 식당에서 끝난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메인 뷔페 요이치에서 해결했다. 매 끼니 접시를 새로 채우는 데 돈 생각이 끼어들지 않는다는 것, 그게 이 리조트의 기본값이다.


식탁의 국적도 매 끼니 달라졌다. 파스타는 빠짐없이 등장했고, 어느 날은 태국 음식과 멕시코식 타코가 접시를 채웠다. 비빔밥을 먹다가 일본식 카레와 라멘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햄버거는 원하는 재료를 골라 직접 만들어 먹었다. 특히 타코는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했고, 부드럽게 익힌 바비큐에도 자꾸 손이 갔다.

저녁 뷔페 끝에는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낙농업이 발달한 홋카이도답게 아이스크림에서도 진한 우유 맛이 났다. 배가 불러도 마지막엔 하나를 들고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 클럽메드 삿포로 키로로 그랜드
홋카이도 요이치군 아카이가와무라에 있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셔틀버스로 약 110분 거리다. 여름 시즌은 보통 6월부터 9월까지 운영하며 연도별로 상이하다. 객실은 총 266개로 슈페리어룸(36~40㎡), 디럭스룸(50~65㎡), 스위트(60~139㎡)로 나뉜다. 프리미엄 올인클루시브로 식사와 음료, 리조트 내 액티비티가 포함된다. E-바이크는 올해까지 한국인 투숙객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지쿠 10 캠프는 7월 10일부터 8월 30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운영한다.

리조트와 오타루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아침에 출발해 오후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오타루 운하와 오르골당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일본 홋카이도 글·사진=김다미 기자 dmtrip@traveltimes.co.kr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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