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 고비용 쇼크③ 영세 여행사·랜드사 | 현장이 떠안는 고비용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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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은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3고에 따른 고비용 여행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종전 협상 국면에도 불구하고 고비용 여행기조는 상당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 주요 여행공급자와 여행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살폈다.

대형 여행사들이 프리미엄 전환과 마케팅으로 고비용 국면에 대응하는 사이, 여행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사업자와 랜드사의 현실은 다른 결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관광산업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여행업체 약 2만 곳 가운데 종사자 50명 이상 기업은 21곳에 불과한 반면, 5명 미만 영세 여행사는 1만7,774곳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에게 프리미엄 전환이나 라이브커머스 마케팅은 현실적으로 구사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규모 축소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5인 이하로 운영되던 여행사·랜드사 중 상당수가 2~3인으로 줄었다. 신세계투어 박준현 대표는 “지방 여행사들도 사장 혼자 착신전환으로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40~100명 규모 단체가 흔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5~10명 소규모 팀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상비 급등, 랜드사가 떠안는 원가
랜드사는 지상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 탓에 고유가와 고환율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투어메드 이용혁 소장에 따르면 유럽 기준 하루 대형버스 비용이 500달러에서 600달러 이상으로 올랐고, 식사비도 끼니당 17~23달러에서 29달러 수준으로 뛰었다. 지상비가 인당 최소 50~100달러 상승한 셈이다. 이 소장은 “유류할증료 인상 약 50만원에 지상비 인상 약 20만원까지 더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은 약 7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인상분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현장의 핵심 쟁점이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식사나 숙박을 한 단계 낮추는 사례도 있지만, 여행사 쪽에서 퀄리티 유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원가 상승분은 결국 현지 랜드사가 떠안고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차량비뿐 아니라 유가 자체가 현지 물류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차량비는 15~30% 올랐고, 자체 유류 생산이 없는 라오스는 유류비가 50% 이상 뛰었다.
베트남은 원가 압박에 수요 감소, 공급 과잉까지 겹친 사례다. 2023년 호황을 누리던 노선이 2024년 말 비상계엄과 무안 참사로 수요가 급감한 뒤 유가·환율 충격이 이어졌다. 박준현 대표는 “유류할증료와 환차손이 맞물려 동남아 패키지 객단가가 30만원 정도 올랐고, 코로나 이후 유럽·미주를 담당하던 랜드사들까지 베트남에 뛰어들면서 수요는 줄고 공급자는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투어는 현지 가이드를 절반 이상 줄이며 긴축에 들어갔다. 일본도 유류할증료 직격을 비껴가지는 못한다. 다만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동남아·유럽 등 다른 지역과는 비용 구조가 다소 갈린다. 일부 일본 전문 랜드사는 원화를 엔화로 바로 바꾸는 대신 달러를 유리한 시점에 매입해 엔화로 재환전하는 방식으로 환전 비용을 줄이고 있다. 항공권값 상승분을 환율 쪽에서 일부 만회하는 셈이다. 다만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올리면서, 엔화 약세를 전제로 한 이 방법이 계속 유효할지는 불투명하다. 항공권값이 뛴 만큼 일정 설계로 다른 비목을 줄이는 방식도 동원된다. 전세버스 대신 대중교통이나 소형 차량으로 동선을 새로 짜 인상분을 상쇄하는 식이다.

코로나 때와 다른 고통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코로나19와는 또 다른 의미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시에는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매출이 ‘0’에 가까웠지만, 정부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등 각종 긴급 지원책이 뒤따랐다. 반면 지금은 여행 수요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랜드사들은 전년 대비 매출이 20~40% 줄어든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 애매한 감소 폭이다. 매출이 일부 발생한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는 제외되기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유류할증료와 환율, 현지 인건비와 차량비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한 랜드사 관계자는 “코로나 때보다 숫자만 보면 상황이 나아 보일 수 있지만 체감은 꼭 그렇지 않다”며 “그때는 모두가 어려웠고 지원도 있었지만 지금은 각자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일부 랜드사와 소규모 여행사를 중심으로 사업 축소나 폐업 사례가 나오고 있다. 비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원가 상승분을 상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면서, 인력 운영을 최소화하거나 수익성을 낮추더라도 거래처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동남아 랜드사 대표는 “고객은 줄고 원가는 오르는데 가격은 마음대로 올릴 수 없어 체감 경영환경은 코로나 직후 못지않다”고 말했다. 여행 수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고유가·고환율 국면이 누가 더 많이 판매하느냐보다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회복 국면이 찾아오더라도 업체별 체력 차이에 따라 체감 온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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