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 고비용 쇼크② 여행사 | 가격을 못 올리니, 상품을 다시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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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은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3고에 따른 고비용 여행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종전 협상 국면에도 불구하고 고비용 여행기조는 상당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 주요 여행공급자와 여행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살폈다.

항공권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충격은 항공사를 넘어 여행사와 랜드사로 확산됐다. 충격의 양상은 다르다. 항공사는 유가 상승이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지만, 여행사와 랜드사는 오른 항공권과 지상비를 상품가에 반영해 판매해야 하는 구조다. 가격 인상은 수요 위축으로, 가격 동결은 마진 축소로 이어진다.
환율은 이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번 국면은 달러뿐 아니라 원화 자체가 약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원·달러가 1,500원선을 넘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유로·호주달러는 물론 바트·대만달러·홍콩달러까지 원화 대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9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만 사실상 예외다. 일본을 제외하면 어느 목적지를 가도 현지 체류비가 동시에 오른 셈이다. 결국 여행사와 랜드사는 가격 조정 대신 상품 구성과 마케팅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대응에 나섰다.
단거리는 늘리고, 장거리는 올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상품 구성의 재편이다. 고유가·고환율로 항공권과 현지 체류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면서, 여행사들의 대응은 단거리 공급 확대와 장거리 프리미엄화라는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유류할증료가 같은 단계라도 거리에 따라 절대 금액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만큼, 부담이 작은 단거리에는 수요가 몰리고 가격 저항이 이미 큰 장거리에서는 상품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소비 패턴의 변화도 맞물려 있다. 예전에는 상품가를 낮추려 선택관광과 현지 경비를 따로 받는 상품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주요 관광과 필수 경비를 상품가에 포함하고 쇼핑을 줄인 상품이 늘었다. 여행 비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상품가뿐 아니라 현지 추가 비용과 일정의 편의성, 체험의 질까지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단거리 쏠림은 예약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모두투어가 6월 중순까지 집계한 여름 성수기 출발 예약에서 중국·동남아·일본 등 근거리가 약 80%를 차지했고, 전년 동기 대비 몽골 73.6%, 중국 62.5%, 일본 54.7% 늘었다. 하나투어도 5월27일 기준 일본 기획 상품 모객률이 7월 25%, 8월 43% 증가했고, 청주공항 출발 마쓰야마 직항 전세기는 전석 매진됐다. 하나투어 김은주 홍보팀 선임은 “유럽 등 장거리 수요가 단거리로 이동하면서 일본·중국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화는 상품가 구성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모두투어가 필수 경비를 상품가에 포함한 프리미엄 상품의 3월 판매 비중은 코로나19 이전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모두투어 이윤우 홍보팀장은 “저렴한 상품을 늘리기보다 현지에서 추가로 드는 비용을 줄인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도 분기보고서에서 “여행 경험과 품질을 중시하는 트렌드로 중고가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며 ‘하나팩2.0’ 중심의 중고가 전략을 강조했다. 상품의 성격을 차별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진다. 노랑풍선은 노쇼핑·노옵션 상품과 소규모 그룹 상품을 확대했다. 노랑풍선 허율 차장은 “한 번 가더라도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뚜렷한 목적을 가진 테마형 상품도 빠르게 성장해, 모두투어의 올해 1∼5월 테마여행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5% 늘었다.

가격 변동을 마케팅으로, 진화한 메시지
마케팅도 달라졌다. 핵심은 ‘가격 예측 가능성’이다. 3월까지 6단계였던 유류할증료가 4월 18단계, 5월 33단계로 한 달 만에 세 배씩 뛰는 전례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지금 예약해도 출발 전에 가격이 또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퍼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항공권뿐 아니라 현지 체류비까지 얼마가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달에 예약하는 게 유리한지, 한 달 더 기다리는 게 나은지’ 판단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행사들이 꺼낸 카드는 가격 고정이다. 모두투어와 교원투어 등은 예약 시점의 가격을 보장하는 기획전을 내놨고, 일부 업체는 유류할증료 인상분을 마일리지로 돌려주는 ‘유류 보상제’를 운영했다. 하나투어는 유류할증료를 면제한 ‘ZERO 기획전’과 할증료 동결 상품을 선보였으며, 유류할증료가 상대적으로 낮은 외항사 상품 판매를 강화했다. 노랑풍선은 자사 라이브커머스와 특가 플랫폼을 통해 한정 특가와 포인트 적립 등 실질 혜택으로 접점을 넓혔다. 유류할증료가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활용해 조기 예약이나 막판 발권을 유도하는 전략도 업계 전반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은 오래가지 못했다. 5월 유류할증료가 33단계까지 치솟자 여행사가 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방식의 기획전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할인 경쟁이 결국 수익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이후 중동 정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유류할증료는 6월 27단계, 7월 19단계로 내려왔다. 다만 이번 국면은 여행사가 원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의 마케팅이 얼마나 지속되기 어려운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유류할증료가 급등했던 시기에는 예약률 방어를 위해 가격 혜택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행사가 비용 상승분을 계속 떠안을 수는 없다”며 “결국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상품 구성과 가격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형 여행사들은 프리미엄 전환과 단거리 확대, 마케팅 혁신으로 고비용 국면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체력이 되는 여행사들의 이야기다. 여행업 통계의 밝은 면 뒤에 깔려 있는 영세 여행사와 랜드사의 현실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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