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 특집] 고비용 쇼크① 항공사 | 기름값 폭탄 앞에서…항공사들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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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은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3고에 따른 고비용 여행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종전 협상 국면에도 불구하고 고비용 여행기조는 상당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 주요 여행공급자와 여행소비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살폈다.

중동전쟁발 고유가는 한국 항공업계에 전례 없는 비용 충격을 안겼다. 유류할증료는 5월 발권분에서 현행 거리비례제 도입 이후 처음 최고 단계인 33단계까지 치솟았다. 한국항공협회는 고유가가 4월 수준으로 이어졌을 경우를 가정해 국적사가 연말까지 추가로 떠안을 유류비를 4조6,800억원으로 추계하기도 했다. 지난해 업계 전체 영업이익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이란 종전 협상이 타결되고 유류할증료도 7월 발권분 19단계로 내려오며 최악의 국면은 지나가는 분위기지만, 지난 넉 달의 충격은 항공사마다 버틸 힘이 얼마나 다른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충격은 왔다…“유가 1달러에 455억”
대한항공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연간 비용이 약 455억원 늘어난다. 회사가 분기보고서에 공개한 민감도 분석과 자체 시뮬레이션을 종합한 수치다. 항공유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단일 최대급 항목이어서, 유가가 오르면 수익성이 빠르게 나빠진다. 여기에 달러로 결제하는 연료비 특성상 환율 부담까지 겹쳤다. 원달러 환율은 5월 평균 1,489원에서 7월 초 1,55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업계는 비상경영으로 맞섰다. 트리니티항공은 3월 업계 최초로 비상경영을 선언했고,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도 비용 절감과 단계별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다만 충격은 체급에 따라 달랐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비용 증가를 흡수할 여력이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는 유가·환율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관건은 각 사가 이 위기에 어떤 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느냐다.

1차 방어선 ‘헤지’… FSC는 쳤고, LCC는 없었다
가장 근본적인 대응은 연료 가격을 미리 고정하는 헤지(위험회피)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FSC와 LCC의 체력 차이가 드러났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 범위에서 헤지하는 정책에 따라 현재 1,175만 배럴 규모의 유가옵션 계약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270만 배럴 규모의 유가옵션을 운용 중이다. 유가가 급등해도 일부 물량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조달할 수 있는 방어막을 갖춘 셈이다.
반면 LCC에는 이 방어선이 사실상 없다. LCC 상장사인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트리니티항공의 분기보고서에는 유가 관련 파생상품이 모두 ‘해당사항 없음’으로 기재돼 있다. 금융 헤지에는 신용도와 증거금 부담이 따르는데, 재무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LCC에는 진입장벽이 높다. 한 LCC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로 일부를 상쇄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일부 LCC는 운영 방식으로 빈틈을 메운다. 에어프레미아는 유가 흐름을 보며 연료를 선주문해 비축하고, 에어부산은 매출과 비용의 통화를 맞춰 환·유가 노출을 상쇄하는 자연 헤지를 활용한다. 금융 헤지를 못 하는 자리를 운영의 묘로 메우는 셈이지만, FSC의 방어막에 견줄 수준은 아니다.

2차 대응 ‘노선’… 비우고, 옮기고, 새로 잡았다
헤지가 비용 방어라면 노선 재편은 수익 확보 전략이었다. 유가가 오를수록 노선별 수익성 격차가 벌어지자 항공사들은 수요가 높은 노선에 기재를 집중시켰다. 대한항공도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공급을 줄이고 수요가 몰리는 노선으로 재배치하는 전략을 택했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중동계 항공사들의 유럽 노선 공급이 줄면서 반사이익도 얻었다. 대한항공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구주 노선 탑승률은 전쟁 발발 이후 10%포인트 안팎 상승했고, 이베리아 반도 관광 수요와 중동계 항공사 이탈 수요가 유입되며 관련 노선 수익도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새 하늘길 확보 경쟁도 위기 대응의 한 축이었다. 최근 운수권 배분에서 대한항공은 오스트리아·뉴질랜드·인도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헝가리 노선을 확보했다. 트리니티항공은 헝가리 노선을 주 5회 배정받으며 유럽 네트워크를 넓혔고, 에어프레미아는 인천-타슈켄트와 서울-카트만두 노선을 손에 넣었다. 이는 단순한 공급 확대가 아니라 고유가 국면에서 수익성 높은 노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반면 수익성이 받쳐주지 않는 노선은 과감히 접었다. 전쟁 이후 5~6월 집계된 국내 항공사들의 감편 규모는 900편을 넘어섰다. 제주항공은 187편, 진에어는 176편, 에어부산은 212편, 에어서울은 51편을 줄였고 이스타항공과 트리니티항공도 각각 105편, 53편을 감편했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73편을 축소했다. FSC인 아시아나항공도 노선 왕복 27편을 줄였고 대한항공 역시 5~6월 괌·푸껫 노선을 중심으로 편도 기준 62편을 감편했다.
다만 감편의 성격은 달랐다. FSC는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줄인 뒤 수요가 몰리는 노선으로 공급을 재배치하며 수익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반면 LCC는 줄인 공급을 다시 채우기보다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무게를 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통상 항공기를 쉬지 않고 운항해야 수익이 나는 구조지만, 당시에는 차라리 지상에 세워두는 편이 더 경제적이었다”고 말했다. 고유가는 항공사들로 하여금 노선을 늘릴 곳과 접을 곳을 더욱 냉정하게 가려내게 만들었다.

중장기 카드 ‘대체연료’…당장의 해법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료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대한항공은 지속가능항공유(SAF) 활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 SAF 가격은 일반 항공유보다 여전히 높아 당장의 고유가 해법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연료 조달원을 다변화해 향후 유가 급등 충격을 분산하려는 중장기 전략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행히 최악의 국면은 한 차례 넘겼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되면서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7월 발권분 유류할증료도 19단계로 낮아져 5월 최고치인 33단계보다 두 달 만에 14단계 떨어졌다. 다만 이번 고유가 국면은 항공사별 대응 역량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FSC들이 유가 헤지와 노선 재편, 대체연료 검토까지 다층적인 대응 전략을 가동한 반면 LCC들은 유류할증료 조정과 공급 감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장거리 노선 확대에 나선 트리니티항공은 1분기 연료비가 6개 항공사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인 11.4% 증가했다. 공시 기준으로 유가가 10% 변동할 경우 분기 세후이익이 180억원가량 영향을 받는데, 이는 1분기 영업이익(192억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국내 한 LCC 관계자는 “항공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LCC는 유가 리스크를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공급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과정에서 FSC와의 격차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위기는 유가 자체보다도 이를 버텨낼 자본력과 헤지 역량, 노선 운영 전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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