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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흔드는 한류의 마법, 신뢰와 공감의 파도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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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2007년, 말레이시아 지사장으로 부임해 눈이 휘둥그레졌던 그날을 기억한다. 현지 여행사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마다 그들은 나를 붙잡고 우리 드라마 ‘대장금’과 ‘겨울연가’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청소년들이 동방신기 콘서트장에서 한국어 가사도 완벽히 외워서 노래를 ‘떼창’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충격이자 신선한 문화적 경이였다. 정작 한국인인 나보다 그 먼 이국의 청년들이 한류에 열광하며 대한민국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며, 나는 직감했다. 이것은 단순한 대중문화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와 소통하는 가장 강력한 관광의 무기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말이다. 이후 이어진 관광 행정과 학문의 여정에서 나는 늘 그 순간을 이정표처럼 간직해 왔다.

그 후로 오랜 세월이 흘러, 오늘날 지구 반대편 멕시코의 작은 도시에서부터 세계 대도시의 한복판에 이르기까지 공항과 거리마다 K-POP의 비트가 울려 퍼진다. 관광 현장과 교육의 최전선에서 평생을 보낸 나에게 한류는 언제나 가슴 뛰는 화두였다. 한국의 역동적인 문화는 이제 전 세계 청년들의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어, 그들의 일상과 가치관을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이 뜨거운 열기가 반짝이는 바람을 넘어, 10년 뒤에도 세계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 내릴 ‘글로벌 보편 문화’로 진화하려면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

답은 역동적인 현장 속 ‘소통과 공감’에 있다. 스페인의 한 인플루언서가 SNS를 통해 수백만 명의 팬들과 실시간으로 연결되며 K-컬처를 온몸으로 즐기는 모습은, 한류가 일방적으로 ‘수출’되는 상품이 아니라 전 세계 청년들이 함께 뛰노는 거대한 ‘참여형 놀이터’가 되었음을 증명한다. 일방적 소비에서 쌍방향 참여로, 수용자에서 직접 창작자로 변화하는 이 놀라운 흐름 속에서 그들의 눈빛은 국경과 언어의 벽을 가볍게 무너뜨린다. 그것은 단순한 동경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연대하는 새로운 글로벌 시민 의식의 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눈부신 열정이 계속해서 힘을 얻으려면, 그 이면을 단단히 받쳐줄 ‘신뢰의 뼈대’가 필수적이다. 아무리 화려한 무대라도 지반이 흔들리면 오래 갈 수 없는 법이다. 투명한 유통 구조와 공정한 저작권 보호, 그리고 탄탄한 데이터 인프라가 뒷받침될 때 세계 시장은 진정한 신뢰를 보낸다. 자칫 일방적인 문화 전달로 오해받을 수 있는 지점을 경계하고, 상대방의 법제와 문화를 존중하는 호혜적인 교류의 규범을 세워야 한다. 진정한 문화 강국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시스템과 투명한 신뢰 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다. 행정과 학문의 영역에서 평생을 고민해 온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공정한 문화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하는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이제 한류는 지난 30년의 성찰을 발판 삼아 다음 궤적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청년들이 단순한 한류 수용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 문화 생태계를 직접 만들어가는 당당한 창작 주체로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든든한 제도적 지원과 민간의 번뜩이는 창의성, 그리고 학계의 깊이 있는 연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릴 때, 한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비로소 활짝 열린다. 미래 세대가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 그것은 우리가 꿈꾸는 한류의 또 다른 이름이다. 결국 한류 관광의 내일은 ‘신뢰의 토대’ 위에 ‘공감의 열정’을 얹고, ‘미래를 향한 비전’으로 외국인들이 한국인처럼 살아보는 문화로 도약할 때 완성된다.

‘신뢰의 토대 위에 피어난 공감의 열정,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의 도약.’ 이 짧은 문장에 담긴 가치처럼, K-컬처는 이제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해야 한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단순히 유명 명소를 찍고 스쳐 가는 이들이 아니라, 한국의 매력적인 문화 시스템과 그 안에 담긴 투명한 신뢰의 가치를 온전히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 순간 한류는 관광을 넘어 그들의 삶에 스며드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이자 직접 체험을 넘어 살아보는 한류가 된다.

40여 년간 관광의 길을 걸어온 나에게 이 거대한 흐름은 설레는 도전이자 책임이다. 다음 세대에게 더욱 풍요롭고 공정하며 흥미진진한 문화 생태계를 물려주기 위해, 우리 모두 신뢰의 거버넌스를 다지는 멋진 항해를 함께 시작할 때다. 대한민국이 세계에 제시하는 문화적 신뢰의 증표, 그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정직하고도 담대한 한류와 관광 미래의 길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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