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1대당 설치비 2억원, 구독료 월 1,500만원인데…무료 기내 초고속 와이파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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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에서도 유튜브·넷플릭스 시청하는 시대 개막
광고·마케팅 투자…모니터 무게·저작권료 비용 절감
하늘 위에서도 끊김 없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시청하고 영상 통화를 하는 시대. 우주 저궤도(LEO) 위성 기술이 바꿔 놓은 기내 풍경과 항공사들의 운영 전략을 살펴봤다.
■ 구름 위, 초고속 와이파이 체험기
지난 3월25일, 에어프랑스 A350-900, AF267편. 자리에 앉아 이륙 준비에 돌입했다. 가족에게는 장장 14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잘 다녀오겠노라 인사를 남겼고, 회사 동료들과의 채팅방에도 이제 곧 비행기가 출발한다(그러니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리라)고도 메시지를 보냈다.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기 전 급하게 다운받은 영상 콘텐츠가 스마트폰에 잘 저장되어 있는지도 확인했다(긴 장거리 비행시간을 버티게 해 줄 구세주다).
어느덧 항공기 문이 닫히고 이륙 직전, 기내에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에어프랑스 멤버십 플라잉 블루 가입자들은 무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으니, 아직 가입하지 않으신 분들은 가입 후 무료 와이파이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동안 비행기 안에서 와이파이는 지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느리고 비싼’ 서비스로 인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시청은커녕 간단한 메일이나 메시지 전송조차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고구마 100개쯤 먹은 듯한 답답함을 삼키고 이내 인터넷 사용을 포기한 경험이 여러 번이었다. 내가 또 속나 봐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자 정신을 가다듬고, 이륙 전 결국 플라잉 블루에 가입했다.

이륙 후 와이파이에 접속된 스마트폰은 곧바로 반응이 시작됐다. 잠시 멈춰 있었던 애플리케이션 알림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려댔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전송 버튼을 누르는 즉시 시원하게 상대방에게 날아갔고,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몇 시간 동안 끊김 없이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시청했다. 챗GPT 문제없음, 제미나이 문제없음, 클로드 문제없음, SNS도 문제없음. 친구와 안정적으로 영상 통화까지 마치고 나니, 이건 마치 비행기를 타고 파리를 가는 게 아니라 KTX를 타고 부산에 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영상 시청에 지루해진 나머지 급기야 나는 (이륙 후 약 8시간 만에) 미뤄두고 온 업무에도 손을 대기도 했다(물론 회사는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고 14시간 비행시간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라인과 온전히 단절됐던 14시간과 비교하면 자리에 앉아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했고, 일상과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물론 다소 반갑지 않은 면도 있었다. 비행시간만큼은 출장 중 정당하게 업무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이와 같은 초고속 와이파이 도입이 보편화된다면 앞으로는 비행 중에도 상시 업무 모드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광경은 결국 항공업계의 ‘뉴 노멀(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는 그 이유를 살펴본다.

■ 우주 인터넷이 바꾼 기내 풍경
기내 와이파이 시장의 게임 체인저는 ‘스타링크’다. 기존의 위성 인터넷은 지구에서 3만6,000km 떨어진 정지궤도 위성을 써서 속도가 느리고 지연이 심했던 반면, 스타링크는 550km 상공의 저궤도(LEO)에 수천 개의 위성을 띄워 지상 광랜 수준의 속도를 구현했다. 상공에서도 지상만큼 (어쩌면 그보다 빠른 속도로)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했던 이유다.
글로벌 항공사들은 일찌감치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어프랑스는 물론 버진애틀랜틱항공, 카타르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그리고 한국에서는 대한항공까지 전 세계 30개 이상의 주요 항공사가 스타링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맞서 아마존이 ‘프로젝트 카이퍼’를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아마존은 제트블루(JetBlue)를 첫 고객으로 확보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2028년부터 델타항공의 500대 이상 항공기에 초고속 와이파이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기내 초고속 와이파이를 도입하는 항공사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 및 5개 계열 항공사들이 올해 3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스타링크 초고속 와이파이를 도입한다.
■ 설치비 1대당 2억원, 구독료는 월 1,500만원… 그런데 '공짜'?
하지만 항공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스타링크에 따르면 안테나 장비 설치비만 비행기 1대당 약 15만달러(한화 약 2억2,600만원), 서비스 구독료는 매달 대당 1만달러(약 1,500만원)를 꼬박꼬박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항공사들이 기내 와이파이를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 당장은 고정비가 올라가는 게 맞다. 때문에 약 10~20달러 사이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에어프랑스를 포함해 현재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들은 이를 ‘통신비’라는 지출의 개념보다 무료 와이파이로 멤버십 가입을 유도하고 고객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광고·마케팅 비용으로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신규 멤버십 회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여러 마케팅 효과를 거둔다면 통신비 지출보다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결국 비용 절감이다. 항공사들은 최신 영화 한 편을 기내에 올리기 위해 막대한 저작권료를 낸다. 하지만 와이파이를 열어두면 승객이 본인의 넷플릭스나 유튜브 계정을 쓰기 때문에 콘텐츠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또 승객들이 자신의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콘텐츠를 즐기게 되면, 항공사는 굳이 무겁고 비싼 기내 엔터테인먼트(IFE)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점점 없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항공기 무게를 1kg 줄일 때마다 연간 약 100~120달러 상당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 만약 좌석 등받이에 장착된 모니터를 제거하거나 모니터 내부에 무거운 하드디스크와 서버를 없애고 와이파이 신호를 받아 화면에 띄우기만 하는 ‘더미 모니터’ 방식으로 교체하면, 와이파이 구독료보다 연료 절감액이 더 클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이다.
■ LCC에겐 막대한 투자…부가 서비스로 부상할까?
이와 같은 흐름과 계산 속 결국 풀 서비스 항공사들은 기내 초고속 와이파이를 기본 서비스로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태생적으로 기내 모니터가 없었던 저비용항공사(LCC)들과는 다소 먼 얘기다. LCC 입장에서는 더 줄일 무게(모니터)나 콘텐츠 저작권료가 없기 때문에 와이파이 도입은 순수한 추가 비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LCC들은 와이파이를 무료로 풀기보다는,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부가 서비스 수익(Ancillary Revenue)’ 모델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 높을 전망이다.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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