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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의 관광 시론] ‘보는 태권도’에서 ‘경험하는 태권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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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태국 방콕의 새벽, 잿빛 공기를 가르는 ‘펀치 미트(Punch mitt)’의 타격음을 기억한다. 아직 해가 뜨기도 전인 이른 시간, 땀방울 맺힌 수련생들 사이에는 유럽, 남미, 호주 등 전 세계에서 온 이들이 섞여 있었다. 서로의 언어는 달랐지만 수련이 끝난 후 함께 웃으며 사진을 찍는 그들에게 무에타이는 단순한 격투기가 아니었다. 그들은 무술을 배우러 온 것이 아니라, 무술이라는 렌즈를 통해 태국이라는 국가를 깊숙이 경험하고 있었다. 운동은 여행이 되었고, 수련은 고부가 가치의 소비가 되었으며, 무에타이는 이미 전 세계가 공유하는 관광의 언어로 진화해 있었다.

실제로 태국 정부는 무에타이를 국가 소프트파워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문화·관광·스포츠 부처가 합심하여 거대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연간 1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무에타이 체험을 위해 태국을 찾으며, 방콕과 푸껫 등에 포진한 200여 개의 외국인 전문 캠프는 숙박, 식단, 장비, 대회 관람이 결합된 ‘장기 체류형 관광’의 모델이 되었다. 일본 오키나와 역시 ‘가라테 발상지’라는 정체성을 상품화해 70여 곳의 도장에서 역사 투어와 사범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관광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반면, 우리의 국기이자 전 세계 200여 개국 이상에 보급된 태권도의 현실은 어떠한가. 태권도는 이미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강력한 지식재산권이지만, 한국을 방문해 이를 체험하는 관광시장은 여전히 미미하다. 무주 태권도원의 연간 방문객은 34만 명을 넘어섰으나 그중 외국인은 약 3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태권도의 본산인 국기원 역시 상징성은 크지만, 일반관광객이 현장에서 즉각 참여할 수 있는 입문수련이나 몰입형 콘텐츠가 부족해 '의미의 공간'으로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수천만 명이 수련하는 글로벌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본고장을 방문해야 할 구체적인 ‘체험 동기’를 설계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태권도가 그간 ‘체육과 교육, 승단’이라는 틀에 갇혀 관광 콘텐츠로서의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데 있다. 관광과 도시 콘텐츠, 웰니스와 문화체험이 결합된 융합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결과다. 하지만 부산의 ‘대영태권도’ 사례는 이러한 가능성을 입증한다. 정부 지원 없이도 20년 넘게 4만 명이 다녀가는 해외수련생 네트워크를 구축해 온 이곳은 2025년 관광벤처 설립을 통해 태권도가 단순 무술을 넘어 한국의 예절, 문화, 정신을 배우는 독보적인 콘텐츠임을 증명했다. 외래관광객들의 높은 평점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시장의 갈증이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 태권도는 ‘스포츠’의 프레임을 넘어 ‘세계인의 한류 체험 문화’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단순히 격파 시범을 구경하는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여행자가 직접 도복을 입고 지역도장의 사범과 교감하며 한국의 정신을 배우는 ‘경험하는 관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정책적 차원의 세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태권도를 세계적인 ‘체험형 한류 콘텐츠’로 인식하는 인식의 전환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 공공기관들은 태권도를 단순한 스포츠 종목이 아닌, K-팝이나 K-푸드처럼 한국을 방문하게 만드는 강력한 ‘관광 동기’로 설정하고 관련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거점시설의 체험 중심 기능 강화다. 국기원과 태권도원은 상징적인 권위를 유지하되, 외래관광객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는 단기 몰입형 수련 프로그램과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해 ‘관광거점’으로서의 역할을 보완해야 한다. 셋째, 지역 도장의 관광 콘텐츠화를 위한 지자체와 관광부서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전국 도심 곳곳의 우수한 도장들은 관광객과의 최접점이다. 지자체 관광부서가 나서서 지역 도장과 여행사를 연결하고, 체험객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및 다국어 홍보마케팅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금이 태권도 관광의 ‘제로 포인트(Zero Point)’이다. 태권도는 체육관 안에서만 존재하는 무술이 아니다. 여행자의 일정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한국의 정서와 예의를 전달하는 가장 생생한 체험 콘텐츠다. 지자체와 관광업계가 합심하여 지역의 도장들을 세계인을 맞이하는 관광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킬 때, 태권도는 비로소 한국을 방문해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가 될 것이다. 국기가 가진 문화적 무게를 관광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일, 그것이 우리 관광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다.

 

김기헌 교수 / 영산대 관광컨벤션학과


출처 : 여행신문(https://www.traveltimes.co.kr/news/articleLi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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